철거 앞둔 전주체육관과 홀대, ‘헤어질 결심’ 내린 KCC
16일 한 언론은 “전주 KCC가 연고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전주시가 홈구장 신축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한 데다 전북대 역시 KCC에 2025년까지 전주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2024년까지 KCC의 새 홈구장이 아닌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야구장, 육상장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CC 관계자는 해당 기사에 대해 “팩트다.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데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안 하려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전주시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는 신축체육관 건립을 백지화한 전주시를 비난하는 팬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2016시즌 종료 직후 서수원 칠보체육관(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원으로 이전하려 했다. 전주는 1973년 건립된 전주체육관이 안전등급 C등급을 받아 신축 또는 증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승수 당시 전주시장은 직접 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찾아 신축체육관 건립을 약속했고, 이에 KCC는 계획을 철회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5월 착공식을 진행하며 신축체육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전창진 감독과 KCC 관계자도 착공식 행사에 참석했지만, 전주시는 여전히 신축체육관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당초 전주시가 발표한 신축체육관 완공 시기는 2023년 12월이었다.
“8년 동안 기다렸는데 아직도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착공식 이후 진행된 게 아무 것도 없다. 우리 회사는 건축자재 제조업체다. 현금은 어렵지만, 현물로 신축체육관 건축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우리도 어떤 자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견적이 나오면 준비를 할 텐데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KCC 관계자의 말이다.
KCC 관계자는 이어 “농구장 짓고 야구장은 짓지 말라는 게 아니다. 스포츠타운이 조성되면 서로 좋은 일이겠지만 야구장만 짓는다는 얘기가 나오니 유감이다. 신축체육관 문제만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팀을 너무 홀대하는 것 같다. 어떤 종목의 어떤 팀이 연고지로부터 나가달라는 얘기를 듣나. 전북대, 전주시가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사업이 있다고 들었다. 전주체육관 자리에 2027년까지 완공해야 한다더라. 한쪽에서는 나가라고 하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공사를 시작도 안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KCC는 전라도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군산월명체육관을 제2연고지로 활용, 매 시즌 일정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군산월명체육관 역시 시설이 낙후된 데다 전주의 신축체육관 건립이 백지화된 것으로 전해져 군산을 새 연고지 또는 임시 연고지로 삼을 명분이 없다.
KCC 관계자는 “현대를 인수하며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이전할 당시 시장은 김완주 시장이었다. 우승만 하면 NBA급 체육관을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2003-2004시즌 우승 후 전북도지사로 자리를 옮기며 ‘없던 일’이 됐다. 우리가 전주에서 우승을 몇 번 더했나”라며 유감을 표했다.
KCC 관계자는 또한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할 땐 단순히 안전 문제였다. 이번에는 약속 불이행, 홀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주체육관을 비우는 문제에 대해선 전주시와 협의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 신축체육관 건립을 서둘러도 서운할 마당에 체육관 비워달라는 건 나가라는 얘기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KCC는 KBL을 대표하는 인기구단이다. KBL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허웅, 이승현에 FA 최준용, 군 제대를 앞둔 송교창 등 호화 멤버를 구성해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다. KCC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전주를 농구 도시로 만들었던 이상민 코치도 돌아왔지만, 전주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라도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유일한 구단 KCC가 ‘헤어질 결심’을 내린 배경이었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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