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상반기 이익 작년 대비 ‘반토막’···감소폭 2005년 이후 최대
2차전지 속한 IT부품 분야 영업익 -82.9%↓
금융사만 실적 호조···은행 19%↑ 증권 15%↑
올 상반기 국내 상장회사들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에 못 미치는 이익을 거뒀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적자 기업이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높아지면서 재무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법인세 감소 등 향후 고용과 투자,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자료에 따르면 12월 결산 615개 상장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2.45% 감소한 53조1083억원, 순이익은 같은 기간 57.94% 내린 37조688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합 거래소가 출범한 2005년 이래 최대 이익 감소폭이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2021년 정점을 찍고 미중 갈등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작년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더 안 좋아진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와 한전 등 대기업 실적이 주로 나빠졌다”고 밝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의 실적도 전반적 부진했다. 12월 결산 1112개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조6000억원과 4조1000억원으로 각각 36.1%, 4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흑자 기업은 줄어든 반면 적자 기업들이 늘면서 재무 여건도 악화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615개사 중 순이익 흑자를 거둔 기업이 469곳(76.26%)으로 26곳 감소했고 적자 기업이 146곳으로 늘었다. 연결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12.69%로 작년 말보다 0.06%포인트 높아졌다.
코스닥 시장 분석 대상 1112개사 중 순이익 흑자 기업은 675개사, 적자 기업은 437개사로 집계됐다. 흑자 기업 비중이 전체의 60.7%로 작년 상반기보다 낮아졌고 적자 기업 비중은 39.3%로 높아졌다. 코스닥 상장사 부채비율도 6월 말 기준 108.8%로 작년 말의 107.2%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코스피 연결 기준 17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분야는 기계(62.02%), 비금속광물(26.71%), 운수장비(84.71%), 유통(2.56%), 통신(3.26%) 등 5개에 그쳤다. 코스닥 상장사의 업종별 영업이익을 보면 2차전지 분야가 속한 정보기술(IT)부품이 작년 대비 -82.9% 급감했다. 그 외 반도체(-78.9%), 인터넷(-62.2%), 소프트웨어(-11.6%), 통신장비·디지털콘텐츠·통신방송서비스 적자전환 등 IT업종이 모두 부진했다.
한편 금융업종 내 은행, 보험, 증권 등 대다수 상장사는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금융업 42개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조7015억원, 21조18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7%, 5.56% 늘어났다. 연결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 12조2093억원, 보험 5조2073억원, 증권 1조9881억원, 은행 1조3991억원 등 순이다. 순이익 증가율은 은행(19.13%)과 증권(15.06%)이 높았고 보험(5.77%)과 금융지주(4.19%)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장에서는 7월 실물지표로 확인된 중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커진만큼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한국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흑자였지만 대중 무역수지는 7월에도 여전히 12억7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세인 데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7월 9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1%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부진할 경우 반도체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는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 소폭 감소했고 기업 실적 개선 기대는 내년으로 이연되고 있다”면서 “업종별로 화학과 건설, 건축업종 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이차전지 종목들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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