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넘버원' 부활 요구... '먹방'도 제친 'K생존'
저출산 위기에 '결혼'까지 생존 소재로
"안전 수요" 증가... OTT·극장, 생존 콘텐츠 강세
''위기탈출 넘버원' 다시 (방송)해야 합니다' '재탕해도 좋으니 재편성해 주세요'.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엔 2016년 폐지된 KBS2 예능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 부활을 요구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위기탈출 넘버원'의 재조명
사연은 이랬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운행 중이던 차량 17대가 물에 잠겨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운전자의 턱밑까지 차 안에 물이 찬 상황에서 한 남성이 문을 열고 나오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방송된 '위기탈출 넘버원' 편집본이었다. 수해 침수 대처부터 밀집 사고 때 질식을 피하는 법까지. 11년 동안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에서 도심 속 온갖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룬 '위기탈출 넘버원' 영상을 시청자들은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공유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이 프로그램은 종방 전에는 '이승탈출 넘버원'이라 불렸다. 극히 드문 확률로 벌어지는 사망 사고를 다루면서 과장되게 연출했다는 오명이었다. 그렇게 희화화됐던 프로그램이 이젠 '일상의 재난'이 만연해지면서 시청자들이 먼저 찾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톱스타 여행보다 '생존' 찾아 삼만리
K콘텐츠 시장에서 요즘 화두 중 하나는 '생존'이다. 한때 봇물 터지듯 쏟아진 '먹방(먹는 방송)' 대신 생존을 다룬 교양, 예능 콘텐츠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에서는 좀비로 가득 찬 서울을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방송인 박나래와 노홍철, 배우 이시영 등이 사투를 벌이고, KBS2 '생존게임 레드코드'에선 화재와 건물 붕괴 위기를 출연자들이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 '사이렌', 디즈니플러스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2, 웨이브 '피의 게임' 시즌2, tvN '2억 9천: 결혼전쟁' 등을 포함하면 올해 공개된 생존 소재 콘텐츠는 10여 개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좀비 바이러스가 가상의 재난 상황으로 설정되고,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결혼까지 생존을 위한 소재로 다뤄지는 게 요즘 생존 콘텐츠의 특징이다.
이렇게 다양한 생존의 위기를 다룬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8일 공개된 '좀비버스'는 이달 둘째 주(7~13일) 기준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에서 세계 5위에 올랐다. 하정우와 주지훈 등 유명 연예인이 나와도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하는 tvN '두발로 티켓팅' 등 웬만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보다 화제성도 높다. 대지진으로 세상이 무너졌을 때 살아남으려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생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최근 일주일 사이 가장 많은 관객(7~13일·영진위 통합전산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시청자들이 여행, '먹방' 대신 각자도생을 위한 생존 이야기를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그리고 극장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복합 위험 사회 속 안전 부재" 대중문화서 대리만족
이런 콘텐츠 소비 흐름은 철근이 누락된 채 아파트가 지어지고,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으며, 당국의 부실 운영으로 온열 환자가 속출한 '잼버리 사태' 등 안전사고가 속출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조현아 KBS 예능센터장은 "안전에 대한 (시청자) 수요가 파악돼 '생존 게임 레드코드'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KBS는 금융 안전을 주제로 한 교양프로그램 '불편해도 괜찮아'를 26일부터 내보낸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은 "일상이 된 기후재난 등 복합 위험 사회로 급진전하고 있는데 정작 그 위험을 알려주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보를 제도권에서 제대로 받지 못하니 안전과 생존을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대신 그 정보를 찾고 불안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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