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없는 주제에.." 교육공무직 옥죄는 '갑질 학부모' 굴레

제주방송 김재연 2023. 8. 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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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학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수학습이나 평가, 생활지도의 책임자인 교사에 비해 악성민원 피해 경험 비율이 높지는 않으나, 학생을 대면하지 않는 직종도 포함했음에도 절반을 훌쩍 넘는 61.4%가 악성민원 경험을 밝히고 있다"며 "교육공무직 상당수가 이미 악성민원에 노출돼 고충을 겪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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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10명 중 6명 "악성 민원 경험"
행위자 대부분 학부모, 91% "스트레스"
교육부 대응팀 방안 "폭탄 돌리기" 지적
"감정 쓰레기통 되지 않도록 행동할 것"

# 교무실무사 A씨는 10여 년 전 시작된 악성 민원에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습니다. 민원인은 제증명 발급 건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발급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신문고, 감사 요구 등을 쉴 새 없이 진행했고, 소송과 고소를 반복했습니다. 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해라", "대답 똑바로 못하면 처벌 받을 각오해라" 등의 폭언도 일삼았습니다. A씨는 무고죄로 역고소했고, 민원인은 결국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았습니다. 민원인은 출소 후에도 지금까지 민원과 각종 고소, 고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학교 도서관 사서 B씨 역시 오랜 기간 악성 민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준비물을 두고 등교하면 '만만한' 도서관을 찾아 "쉬는 시간에 전달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의 경우 교직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쉬는 시간이 오히려 바빠 B씨는 "어렵다"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할 일도 없는 주제에"였습니다. B씨는 수많은 민원으로 '친절하지 않은 사서'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4일부터 어제(16일)까지 제주를 비롯한 전국 조합원 4,6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1.4%가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악성 민원 등 인권 침해의 가장 주요한 행위자는 '학부모'가 81.1%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어 '학부모 외 학생의 가족' 8.5%, '학생' 2.4%, '기타 외부인' 8% 등 순이었습니다.

스트레스 정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높다'는 52.3%, '높다'는 39%로 집계됐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91.3%에 달한 것입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학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수학습이나 평가, 생활지도의 책임자인 교사에 비해 악성민원 피해 경험 비율이 높지는 않으나, 학생을 대면하지 않는 직종도 포함했음에도 절반을 훌쩍 넘는 61.4%가 악성민원 경험을 밝히고 있다"며 "교육공무직 상당수가 이미 악성민원에 노출돼 고충을 겪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17일)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공)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으로 논란이 일자 교육부가 학교 민원대응팀을 꾸려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는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4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하고 학교에 민원대응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학교에서 교무행정·돌봄·급식·상담 등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공무직은 교감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될 민원대응팀에 포함됐습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서이초 교사의 비극 이후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한발 물러나 있었지만 난데없이 정부여당으로 인해 이 판에 소환당해야 했다"며 "교육부는 단 한 마디 전화도, 협의도 없이 군말 없이 하라는 식인데, 이런 식이면 있는 책임감도 사라질 지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공무직은 감정 쓰레기통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며 행동할 것"이라며 "교육공무직은 교육부, 교육청의 활용 수단이 아니라 교육복지의 주체로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위한 공적 지원의 주체임을 교육당국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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