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령' 호칭 급증했다…북, 우상화에 속도(종합)
"봉쇄 이전과 비교해 밀가루 가격 445% 상승"…홍수 등 없어 식량사정 호전 관측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지연 기자 = 북한에서 김정은에 '수령' 호칭 사용이 급증하고 김정은을 '아버지'라 부르는 대상을 확대하는 등 우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식량사정 악화 등으로 '식탁 물가'가 급등하며 주민들이 식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름곡식 출하로 식량난은 완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통일부는 17일 '최근 북한 정세 총평'을 주제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40세도 안 된 김정은에 청년층도 '아버지'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수령' 호칭이 26회 사용됐다.
북한의 '수령' 칭호는 김씨 일가 우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김정은에 대한 수령 호칭은 2018년에 조심스럽게 등장해 2020년(4회)부터 본격적으로 쓰였고 2021년(16회)에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3회 사용됐으며 올해는 일곱 달 만에 지난해 사용 횟수를 넘어섰다.
수령 호칭 앞에는 '인민의', '걸출한', '탁월한' 같은 수식어가 붙었을 뿐만 아니라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수령'이라는 표현도 쓰였다.
또한 만 40세가 되지 않은 김정은을 향해 '아버지'로 호칭하는 대상이 아동에서 지난해 말 청년으로 확대된 것도 우상화를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열병식, 장례식, 공연, 현지지도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자주 부각됐다. 현재까지 김정은의 '눈물 정치' 행보는 관영 매체를 통해 10회가량 포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독재자의 감성정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김일성의 축지법' 같은 신화적 표현 안 한다고 했으나 결국 '위대한 수령', '아버지', '태양' 등 표현을 자신에게 얹으며 선대와 같이 우상화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통일부 집계 기준으로 현재까지 57회다. 상반기는 32회로 과거 평균(62회)의 절반 수준이다.
과거 상반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공개활동이 저조하지만, 군사 분야가 30회로 공개활동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군사·보위 부문에서 '회전문' 식으로 소수 인사만 계속 기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리병철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총참모장, 리태섭 사회안전상,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등 10명 안쪽 인원으로 순환보직을 하는 모양새"며 군부 엘리트가 한 보직에서 의미 있는 세력 형성을 하지 못하게 하는 통제 의도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초 식량난…봉쇄전과 같은 식생활하려면 엥겔지수 94%"
올해 1분기 북한의 식품가격을 코로나19 봉쇄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밀가루(445% 상승)와 감자(87% 상승)가 특히 많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4인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2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일반가정이 봉쇄 전과 같은 구성으로 식품을 구입한다면 엥겔지수는 2019년 1분기 58%에서 올해 1분기 94%로 급등하게 된다.
쌀과 밀가루 등 주식으로만 한정해 산출한 엥겔지수도 49%에서 75%로 상승한다. 주민들이 다른 생활비를 줄이려 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북한의 엥겔지수가 94%라는 의미가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가 4년 전과 비교해 너무 많이 올라 식품 구입에 부담이 훨씬 커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밀, 보리, 옥수수 등이 출하되며 식량난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당국자는 "북한에 올해 장마 피해도 크지 않아 현재로서는 작황이 나쁠 이유가 없다"며 "위성자료 등으로 볼 때 식량사정이 양호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7년 이래 본격화한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북한의 대중국 교역 의존도는 지난해 96.7%를 기록했다.
경제 악화에도 북한의 평균 야간 조도는 계속 높아져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밝아진 것으로 관찰됐다. 주요 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야간 조명을 개선했거나 수출용 석탄의 내수 전환으로 전력 공급량이 늘었을 수 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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