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활성화’ 발표한 이동관…조합 임원 활동한 배우자
2008년 9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명의로 서면 브리핑이 발표됐습니다.
건축경기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KBS는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우려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미룬다는 그동안의 청와대 측 설명과는 다른 것이어서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가 주목됩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동관 후보자는 자신의 회고록 '도전의 날들'에서, 본인이 2008년 9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기활성화의 지름길은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라는 지론을 설파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유했던 이동관 후보자...재건축 훈풍 '수혜'
그런데 2008년 당시 이동관 후보자는 1983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18차 아파트를 한 채 보유 중이었습니다.
준공한지 25년 차를 맞아 재건축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시점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재건축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추진과 맞물려 재건축 시장에는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규제 완화가 본격화된 2009년에는 재건축의 가장 큰 위험인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를 감면하고, 안전진단의 구조 안정성 가중치를 낮추는 등의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이동관 후보자가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아파트 재건축 논의도 이때부터 본격화됐습니다. 2010년 3월 신반포 18차 아파트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겁니다.
그 다음 달인 2010년 4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후보는 배우자에게 신반포 18차 아파트의 지분 1%를 증여합니다.
■재건축 임원 활동 위해 배우자에게 '지분 1% 증여'
왜 1%의 지분을 증여했을까요?
이동관 후보자 부인의 재건축조합 임원 활동을 위해서였습니다. 재건축 조합 임원 활동을 하려면 해당 아파트의 지분을 소유해야 하는데, 지분이 단 1%만 있어도 조합 임원이 될 수 있게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동관 후보자는 배우자에 대한 지분 증여를 당시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습니다. 신고를 빠트린 것은 고의가 아니고 단순 실수였다는 게 이동관 후보자의 해명입니다.
또 '1% 증여'와 '배우자 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서로 대의원 맡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며 "주민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배우자가 대의원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1% 이상 지분이 필요하다고 하여 최소한으로 증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후보의 해명처럼 당시 신반포18차 아파트 조합원들이 실제 대의원을 맡기 꺼렸는지는 현시점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1% 지분'을 증여하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재건축 조합 대의원이 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재건축 컨설팅업체 대표 A 씨(업계 경력 20년 이상)
"그런 부분은 상식적이지 않고, 사실은 안 맞는 거죠.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고요. 일반적인 것은 다수 의결권이 많은 소유자가 조합원이 대의원이 되는 게 맞는 거죠. 지분 1%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의원이 된다는 자체는 분명히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지분을 적게 가지고 조합 임원을 하는 사례가 있긴 한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조합원들이 시비를 거는 거죠. "
재건축 재개발 지역 공인중개사 B 씨
"지분 1%만 가지고 대의원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죠. 10% 지분만 가지고 대의원 했던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동네에서 말이 많았죠. '지분 10%짜리가 무슨 대의원이냐고'..."
■재건축으로 20억 넘는 수익.. "장기보유라 투기 아냐"
이동관 후보자의 배우자가 대의원으로 참여했던 신반포18차 아파트의 재건축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2013년 사업시행인가와 2015년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2016년 착공했고, 2019년 6월 준공됐습니다.
준공 다섯 달 뒤인 2019년 11월, 이동관 후보자는 재건축이 끝난 신반포 18차(현재의 래미안 리오센트) 아파트를 31억 9천만 원에 매도합니다. 보유하던 아파트의 가치가 18년 만에 6배 뛰었고, 차익으로 20억 원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동관 후보자는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를 부인과 절반씩 나눠서 공동 매입했는데, 현재는 재건축이 완료됐습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지난 4월 입주해 살고 있는데, 현 시세는 40억 원이 넘습니다.
이 같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이동관 후보자는 "잠원동 아파트는 재건축 시작되기 10년 전부터 18년간이나 장기보유했던 아파트이고, 개포동 아파트는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시세차익을 노리거나 투기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재건축 아파트를 '장기보유'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투기목적이 아니라는 이 후보의 해명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본인의 지분을 쪼개 증여한 뒤, 배우자가 조합 임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재건축은 언제나 '투기의 뇌관'으로 작동했다"면서, 이동관 당시 수석이 강남 재건축의 조합원 자격으로 있으면서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면 누가 봐도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소장은 또 "재건축 조합 대의원 활동이 대단한 공익활동도 아닌데 지분 쪼개기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조합 임원이 됐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재건축 조합 임원으로 활동한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동관 후보자는 자신의 회고록 '도전의 날들'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동관 회고록, '도전의 날들' 中
나는 대통령의 발언을 이어받아 "종부세 개편안을 일각에서 1%를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는데 잘못된 조세제도로 인해 단 한 명의 피해자가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그 대통령에 그 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징벌적 과세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으며, 무엇보다 경기 활성화의 지름길은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라는 당시 나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18일) 열리는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재건축을 통한 재산 증식 과정과 이해충돌 여부가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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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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