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엔트리 제외···함평에서 양현종은 무엇을 회복해야 하나

KIA 타이거즈 제공

수 년 간 한 번도 쉰 적 없던 에이스가 엔트리에서 빠졌다. 양현종(35·KIA)이 반드시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함평으로 갔다.

양현종은 지난 1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근 부진 때문이다.

양현종은 지난 15일 광주 키움전에서 5.2이닝 6안타(1홈런) 4볼넷 5탈삼진 7실점으로 시즌 7패째를 안았다. 경기 초반 주자를 쌓아 만루 위기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주고 만루홈런을 맞으면서 대량 실점했다. 6회까지 등판해 5이닝 이상은 던졌지만 양현종다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지난 8일에도 양현종은 LG전에 등판했다가 2이닝 만에 9안타 1볼넷 8실점(6자책)으로 무너졌으나 2회 경기가 우천 노게임 선언되면서 기록은 삭제됐다. KIA는 당초 이 경기 뒤 양현종의 2군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10일 LG전도 비로 취소돼 주중 2회 등판이었던 양현종에게 휴식이 주어지자 한 번 더 등판 결과를 보기로 했지만 양현종은 다시 부진했고 결국 엔트리 제외됐다.

양현종이 엔트리에서 시즌 중 말소된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규시즌 종료를 열흘 앞둔 9월18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양현종이 16승(8패)을 거두고 평균자책 1위(2.29)로 대활약한 시즌이지만 KIA는 포스트시즌 탈락이 일찍이 확정된 터라 시즌 종료 열흘 전 제외한 것이었다. 양현종이 본격적인 에이스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2014년 이후 부진으로 시즌 중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은 없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뛴 1년(2021년)을 제외하고 KBO리그에서 8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져왔다. 에이스라는 책임감을 무겁게 여기는 양현종은 늘 코치진이 권유하는 휴식을 마다하고 꾸준히 던져왔다. 지칠 때도 됐다는 평가다. KIA에서도 체력을 양현종의 부진 첫번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스들이 휴식을 위해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는 보통 1군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양현종은 아예 2군과 재활군이 있는 함평으로 이동했다. 부진을 벗기 위해서는 휴식을 통한 체력 회복 외에도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KIA는 최근 양현종의 문제를 분석하고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투수코치진, 전력분석팀, 전력기획팀까지 같이 같이 모여 회의를 갖기도 했다.

서재응 KIA 투수코치는 “체력적으로 지친 것도 크지만 원래 가진 폼이 조금 틀어져 있다. 스트라이드시 왼쪽 다리와 팔의 각도가 많이 달라져 (공의) 회전도 틀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정하고 밸런스도 잡을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구속이 전처럼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제구 자체가 확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에 비해 공에 힘이 덜 실리다보니 올시즌 정타를 많이 맞고 있다. 최근에는 사사구도 급증했다. 6월까지 9이닝당 2.58이었던 9이닝당 볼넷 비율이 7월 이후 5경기에서는 4.44로 확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미세하지만 투구 동작을 다시 조정하고 밸런스를 잡아 회복하는 것이 양현종이 받아든 과제다.

KIA는 16일 현재 5위 두산을 0.5경기 차로 쫓아 5위권 진입을 사정권에 뒀지만 7위 롯데와도 0.5경기 차로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을 대체할 투수는 마땅히 정하지 못했다. 중간계투진을 동원하는 ‘불펜데이’로 경기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갈 길이 멀고 급한데 대체자도 없는 국내 1선발을 몇 년 만에 1군에서 제외한 것은 시즌 막바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마리오 산체스가 데뷔 첫 2경기 호투 뒤 헤매고 있어 토마스 파노니와 마운드를 끌어갈 ‘원투펀치’로 양현종의 활약이 절실하다. 어린 투수 이의리, 윤영철이 잘 던지고 있지만 결국 팀 전체에 미치는 기운이나 파급력에 있어서는 아직 베테랑 양현종의 리드가 필요한 팀이다.

KIA는 양현종에게 딱 열흘만 시간을 주고 복귀시킬 계획이다. 다음 주말 광주 한화 3연전 중 등판한다는 스케줄을 받고 양현종은 함평으로 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