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푹 빠진 투헬 "박주호-구자철처럼 겸손한 김민재, 그가 너무 좋다!"

박찬준 2023. 8.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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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바이에른 SNS
사진캡처=바이에른 SNS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민재가 좋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다시 한번 김민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투헬 감독은 17일(한국시각) 독일 분데스리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김민재가 좋다. (성격이) 차분하면서 직설적"이라고 밝혔다. 김민재의 패스 능력을 칭찬한 투헬 감독은 "좋은 일이다. 이런 능력이 바로 '빌드업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자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비도 아주 용감하다. 빠르고 도움 수비에 능하다"며 "항상 어깨 너머로 도와줄 곳을 찾고 있다"고 호평했다.

투헬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온 선수 2명과 함께 해봤는데, 김민재도 그들과 같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강이 잘 잡혀 있다. 아주 친근하고 또 겸손해서 지금까지는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마인츠 감독 시절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박주호(은퇴)를 지도했다. 도르트문트를 이끌던 2015년에는 박주호를 휘하로 다시 데려오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사진캡처=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사진캡처=바이에른 뮌헨 SNS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바이에른에 합류하기로 결정해 정말 기뻤다. 예상치 못한 영입이었기 때문"이라며 "뤼카 에르난데스와 함께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에르난데스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에르난데스가 보여준 경험, 실력 등을 메울 대체 자원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자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수비수인 에르난데스는 2022~2023시즌이 끝나고 자국의 명문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했다.

투헬 감독은 당분간 포백을 기본 전술로 삼겠지만, 스리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팀에 공격적인 선수가 많은데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스리백도 우리와 잘 맞았고, 풀백으로 뛸 선수도 있으니 배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당장은 포백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시절 스리백, 나폴리(이탈리아)에서는 포백으로 주로 뛰며 두 포메이션 모두에 능숙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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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칭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픽이었다. 투헬 감독은 오래전부터 김민재를 원했다. 독일 TZ는 '투헬 감독이 첼시를 이끌던 2021년부터 김민재를 레이더망에 올렸다'고 했다.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투헬 감독은 곧바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21~2022시즌에는 첼시를 리그 3위로 이끌었다. 김민재는 2021년 여름 중국 베이징 궈안을 떠나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김민재는 당시에도 빅리그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그 중 첼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토록 원했던 선수인만큼 당연히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바이에른은 지난 달 20일 구단 SNS를 통해 '뮌헨에서의 김민재의 첫 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사무실로 이동하기 전부터, 오피셜 촬영, 이후 바이에른이 훈련하고 있는 테게른제에 합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눈길을 끈 것은 김민재와 투헬 감독의 만남이었다. 영상 속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보자 다가가 활짝 웃으며 끌어안아줬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는 볼까지 쓰다듬었다. 얼마나 김민재를 원했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헬 감독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만나서 반갑다. 정말 기쁘다. 넌 정말 잘할거다. 확신한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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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역시 맨유, 맨시티,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들의 러브콜 속 바이에른을 택한 이유로 투헬 감독을 꼽았다. 그는 "투헬 감독과의 전화는 매우 결정적이었다. 감동했다. 투헬 감독은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나와 내 경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이야기했다. 뿐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이는 매우 상세했다. 나에게 자신감, 안정감을 줬다"고 했다. 이어 "내 경기와 나의 강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투헬과의 대화를 통해 바이에른행을 즉시 결정했다"고 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후 키커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키가 크고, 빠르고 매우 믿음직스럽다.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정말 행복하다. 그와 몇 번이나 영상통화를 진행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이고, 언제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투어부터 합류하는 게 더 편했을 텐데 김민재가 원하지 않았다. 독일 훈련에 합류하는 걸 선택한 김민재의 모습에서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선수인지 알게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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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신뢰 속 리그 개막전 출격에 도전한다. 바이에른은 19일 오전 3시30분 베르더 브레멘과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 홈 경기를 치른다. 김민재는 이 경기를 통해 분데스리가에 데뷔할 전망이다. 앞서 바이에른은 새 시즌 첫 공식 경기에서는 완패했다. 지난 13일 RB 라이프치히와 2023 독일축구리그(DFL) 슈퍼컵 경기에서 0대3으로 졌다. 김민재는 이 경기 후반 그라운드를 밟으며 공식 경기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미 기울어진 전황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김민재에게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에 데뷔했다.

지난 달 19일 바이에른에 입단한 김민재는 이후 몸만들기에 주력했다.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김민재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예상 보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가와사키 프론탈레, 리버풀, AS모나코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출전했다.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어진 가와사키전에서는 45분을 소화하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리버풀전에서는 세르쥬 그나브리를 향한 환상 롱패스를 첫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김민재를 향해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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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리버풀 구단 SNS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몸상태는 결국 티가 났다. AS모나코와의 프리시즌 최종전에서는 실점으로 연결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전반 28분 김민재가 파바르에게 패스를 준다는 것이 사이에 있던 알렉산드르 골로빈에게 향했다. 골로빈이 인터셉트한 후 날린 슈팅은 골키퍼가 막았지만 이어 미나미노 다쿠미가 밀어넣었다.

투헬 감독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린 많은 일을 잘 해왔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있다. 우린 경기를 아주 잘 시작했고 주도권을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인해 다소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ZDF는 'AS모나코전에서 바이에른은 긍정적 모습과 부정적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 공격진은 긍정적이었다. 가장 큰 희망은 자말 무시알라였다. 반면 수비쪽에서는 김민재의 나쁜 패스가 나왔다. 조슈아 키미히가 빠진 수비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고 했다. 아벤트자이퉁 뮌헨은 조금 더 강도가 높았다. 이 매체는 '바이에른은 이날 공격에서 스피드와 창의성을 보여줬다. 반면 수비적으로는 엄청나게 흔들렸다. 신입생 김민재가 흔들리자 수비가 함께 흔들렸다. 키미히의 공백도 느껴졌다'고 했다.

캡처=뮌헨 구단 SNS
사진캡처=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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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은 완벽한 몸상태가 아닌 김민재를 이날 선발이 아닌 교체 명단에 올렸다. 투헬 감독은 "나는 김민재에 대해 애정이 있다. 김민재는 지난달 군대에 있었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동료, 새로운 환경, 그리고 새 리그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신 지난 시즌 중앙을 지켰던 마티아스 데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둘은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투헬 감독은 결국 후반전 김민재 카드를 꺼냈다. 데 리흐트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민재는 데뷔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날 총 48차례 볼 터치를 했다. 44개의 패스를 시도해 42개를 성공시키며, 패스 성공률이 95%에 달했다. 이중 롱패스 1회가 포함됐는데, 이 역시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공격 지역 패스도 3회였다. 수비에서는 클리어링 2회, 리커버리 4회 성공, 볼을 빼앗긴 건 한 번도 없었다. 드리블 돌파 허용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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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활약의 백미는 단연 후반 25분이었다. 벤야민 세슈코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김민재는 빠른 주력을 앞세워 세슈코를 쫓아갔고, 마지막 슈팅을 환상적인 태클로 막아냈다. 이날 팀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한숨을 쉬던 바이에른 팬들은 이 장면 후 자리에 서서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압도적인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이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에게 평점 3점을 줬다. 빌트는 1~5점으로 평가를 하는데 낮을수록 활약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김민재는 팀내 최고 평점이었다. 또 다른 매체 풋몹에선 평점 6.5점을 받았다. 바이에른 선수 중 다섯번째로 높았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김민재는 절대적으로 훌륭한 선수다. 나는 김민재를 사랑하며, 그는 우리 팀에서 훌륭한 수비수가 될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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