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친 발인·안장식 엄수…"애도해 준 모든 분께 감사"(종합)

최동현 기자 2023. 8.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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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지·제자 등 참석 속 안장…저서 '페티의 경제학' 등 봉헌
고인 "잘 자라줘 고맙다" 마지막 말…윤 대통령, 장례 후 방미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제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제와 안장식이 17일 엄수됐다. 윤 대통령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부친상을 애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각계각층의 추모에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지에서 부친의 안장식을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안장식은 고인의 가족과 친지, 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관, 취토, 평토 등이 진행됐다.

하관식에서는 고인의 저서 및 번역서인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과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페티의 저 '페티의 경제학'이 봉헌됐다. 고인은 페티의 저서를 번역하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윌리엄 페티는 '고전 경제학의 대부', '통계학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앞서 윤 명예교수의 발인은 이날 오전 9시8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현직 대통령의 부친상은 역대 처음으로,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작고한 이후 두 번째 대통령 부모상이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 일가친척 20여명은 이날 오전 차량에 올라 운구차와 함께 장지로 출발했다. 발인식에는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당4역(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여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운구차량은 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해 연세대 교정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장지로 향한다. 연세대는 고인이 생전 강의와 연구를 했던 장소다. 윤 대통령도 유년과 청년 시절 방학 숙제를 하거나 사법시험을 공부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인은 일평생 소득 불평등을 연구하고 국내 통계학의 기틀을 잡은 경제학계 거목(巨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1997년)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선구적 연구라는 인정을 받았다.

고인은 1931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공주농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양대 조교수로 재직하던 중 1967년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 1호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68년 귀국 후 연세대 상경대 교수로 부임해 1997년까지 강단에 섰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창립 멤버이자, 한국통계학회장(1977~1979년)과 한국경제학회장(1992~1993년)을 역임했고, 2001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윤 대통령은 생전 윤 명예교수를 "제1의 멘토"라고 칭하고, 각종 공개 석상에서 부친과의 인연을 언급할 만큼 고인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고인은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가치관과 국정 철학 정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제가 엄수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 대통령이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자 고인이 입학 선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선물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윤 대통령이 오늘날까지도 '인생 책'으로 꼽는 저서로,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병원을 찾아 부친 임종을 지켰다. 고인은 윤 대통령 도착 20분 후쯤 운명했다고 한다. 고인은 생전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정과 상주 역할을 병행하며 사흘간 부친상을 치렀다. 장례 둘째 날이었던 전날(16일)에는 경조 휴가를 내고 오전에는 참모들과 순방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빈소에는 고인의 학계 지인과 제자들부터, 정·재계와 연예계, 노동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위로를 건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화 통화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과 각 부처 장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여야 지도부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각각 '당4역'이 조문했다.

재계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이 비공개 조문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직무대행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빈소를 찾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부친상을 마친 뒤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미길에 오른다. 3국 정상이 독자적인 정상회의를 위해 모이는 첫 무대로, 한미일 삼각공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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