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한국이 ‘신냉전’ 핵심 변수”…한·미·일 정상회의 앞두고 집중 견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이 ‘신냉전’ 형성의 핵심 변수”라며 집중적인 견제구를 던졌다. 중국은 다자회의 등의 계기 없이 단독 회담 형식으로 처음 열리는 3국 정상회의를 중국을 겨냥해 ‘작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규정하며 연일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한국은 진흙탕으로 들어가는 의미를 알고 있는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신냉전’으로 가는 나팔을 불 것임을 보여주는 소식들이 배포되고 있다”며 “꿰맞춰 보면 이번 정상회의는 ‘공동 안보’ 유지를 명목으로 새로운 안보 집단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양보하는 ‘화해’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3자 협력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미국이 모처럼의 ‘호기’를 이용한 신속한 행동으로 미래 지도자가 국면을 전환하기 어렵게 만드는 협력의 제도화에 절박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그 진흙탕에 들어가는 의미를 잘 안다면 정상회의 입장권을 손에 넣었을 때 유치원생이 선생님에게 칭찬 스티커를 받은 것처럼 흥분하지 않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과 신중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또 한국을 미국·일본과 분리하며 경고와 회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매체는 “숨은 의도를 가진 미국과 일본은 특정 사안에 대해 변화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은 이 고비에서 이성을 유지하길 바란다”며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에 공통의 이익과 입장을 갖고 있으며, 한국이 모든 형태의 ‘신냉전’에 확고히 반대한다면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지역 ‘신냉전’ 조짐의 핵심 변수”라며 “윤석열 정부가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은 전쟁 후 수십 년 동안 고생해 축적한 사회·경제적 자원을 파멸시키는 거대한 구덩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 언론을 통해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자국을 겨냥한 소규모 안보동맹을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바라보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 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각종 소집단을 만들고 대립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해치는 행동에 반대한다”면서 “관련 국가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해 지역의 평화·안정·번영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