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IN] 부실 아파트 예견된 악재?…LH 한지붕 두식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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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부실시공 문제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가 기존 발표보다 더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죠.
여기에 철근 누락 사태로 LH 임원 4명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들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것으로 확인되면서 꼼수 사퇴라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경제부 안지혜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철근 누락 아파트가 더 있었다.
그래서 이한준 LH 사장이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주된 내용이 뭐였습니까?
[기자]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 발표했을 때 15개 단지에서 보강 철근이 빠졌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런데 철근이 빠진 단지 5곳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11일 이한준 LH 사장이 긴급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 사장은 이를 내부 보고가 아닌 외부에서 제보를 받고 파악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입니다.
[이한준 / LH 사장(11일 기자회견) : 이번 사태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모르고 스스로 경미하다고 판단해서 본인들이 자료를 뺀 자체가 너무도 안일하고 어이없는 일이 아니냐(생각합니다.)]
[앵커]
음 한 마디로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인데, 구멍가게도 아니고 LH처럼 큰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납득이 안되네요?
[기자]
이 사장은 지난 2009년 LH 출범부터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지난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란 새 이름으로 한 식구가 된 지 올해로 14년 차입니다.
외형적으로는 합쳤지만, 둘 간에 아직도 융합되지 못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게 이 사장의 진단입니다.
살펴보니, LH에 무량판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고 시공됐는지 보는 '구조견적단'이란 조직이 있는데, 실제로는 건축 도면도 못 보는 토목직이 이를 맡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토지공사 자리, 저 자리는 주택공사 자리 이런 식으로 나눠먹기 식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건데요.
이 사장의 진단 직접 들어보시죠.
[이한준 / LH 사장(지난 11일) : 무늬만 통합이 됐다. 통합만 해놨지 내용적으로는 L(토지공사)과 H(주택공사)가 다 자리를 나눠먹기 해가지고, 토목직이 건축 도면을 볼 수 있습니까. 조직을 바꾸고 쇄신하지 않으면 절대 LH가 국민에 봉사할 수 없다.]
[앵커]
해명들을 쭉 들어보니까 정작 이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이한준 사장, 어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그런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이 사장이 내부를 겨냥해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는데요.
이 사장은 주택건설업계 전문가인 데다 임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아홉 달이 지나가는데, 여전히 '조직 문제'를 운운한다는 게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로 이 사장은 본인 말고,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는데요.
정작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임면권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임원 사퇴에 대해서도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LH는 이 사장과 공모 중인 상임 감사위원을 뺀 LH 임원 5명이 사표를 냈고, 이 가운데 4명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알고 보니 사표가 수리된 임원들은 이미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불과 두 달이 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임기 만료로 직에서 물러나는 건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듯 포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꼼수가 처음도 아닙니다.
LH는 2년 전 임직원 땅투기 논란 당시도 임원 4명을 경질했다고 밝혔는데, 절반은 임기를 불과 9일 남겨놓은 상태였습니다.
[앵커]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쇄신은 여전한 건지 뒷맛이 씁쓸합니다.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 LH사태를 시작으로 또 한 번 전국민적인 입길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요.
특히 철근 누락 사태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직원들도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국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에서 자료 요구가 빗발치는 데다가 지난 16일에는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있었는데요.
철근 누락이 여러 지역본부에 걸쳐있는 만큼 앞으로 경찰 수사 범위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돌아가서요.
LH가 이렇게 오랫동안 융합되지 못하고 덩치만 커졌다는 비판을 끊지 못하고 있는데 애초에 왜 합친 겁니까?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계를 돌려보면 2000년대 당시 공기업 부채 줄이기가 큰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모두 부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관들이었는데요.
통합 이후 최근까지 부채가 많이 줄긴 줄었습니다.
하지만 통합으로 조직은 비대해지고 권한도 더 커지다 보니 사업 곳곳에 내외부의 이권이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잇단 사태의 재발이 증명하듯이 이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기관이 없는 데다,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두 인력 간 경쟁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능력과 전문성보다는 출신에 따라 업무를 맡고 이는 부실한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존립 이유로 하는 LH가 수익성만 쫓다가 공공성과 전문성은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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