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행사엔 기업인 배려 않다가, 잼버리엔 협조하라는 정부

김명지 기자 2023. 8. 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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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관급 고위 공무원 등 정부 인사는 물론 고한승 바이오협회 회장(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유헌영 셀트리온홀딩스 대표,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수장들과 관련 협회장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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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관급 고위 공무원 등 정부 인사는 물론 고한승 바이오협회 회장(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유헌영 셀트리온홀딩스 대표,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수장들과 관련 협회장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직접 발표한 ‘바이오 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 ‘얼라이언스(동맹)’를 출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 경제 100조원 생산, 5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기업 대표들은 판교, 송도 본사에서 거리가 먼 곳이지만 산업부 행사에 대한 기대감에 참석했다고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부로부터 늘 규제만 받아온 터라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에 대해 목말라 있었다.

이날 간담회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기업 대표들은 행사 시작 10분 전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교통 정체가 심한 평일 오후 시간 대를 피해 40분 전에 도착한 기업인도 있었다. 고위 공무원과 바이오 산업 발전에 대해 잠시라도 의견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고위 공무원은 행사가 시작하는 오후 2시에 맞춰 가장 늦게 도착했고, 도착해서는 30분 가량 홍릉의 연구시설을 돌아본 후 회의실에 들어왔다.

기업인들은 고위 공무원이 시설을 둘러보는 동안 회의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한참을 기다렸다. 주최 측이 사전에 알린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고 설명했지만, 현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친기업) 무드를 기대했던 기업인들은 아쉬워 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기업인을 대하는 걸 보면 기업을 동반자로 보는지, 아니면 이용 대상으로만 보는지 명확해지는데, 이날 행사를 보니 기분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 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이탈리아와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을 대상으로 본사 견학을 진행했다. 기업들은 파행으로 치달은 새만금 잼버리를 돕기 위해 인천광역시의 요청에 부랴부랴 일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30여 명의 대원들에게 공장 견학과 함께 점심 특식으로 돈마호크(뼈가 붙은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삼계탕을 대접하고, ‘삼바히어로즈’ 쿠션을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셀트리온은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연구소와 공장을 개방했다.

전 국민이 잼버리를 무사히 마치도록 돕자는 분위기여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하지만 회사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 요청에 협조해봤자 실익은 없다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과 실사로 일정이 빠듯한데, 정부 말 한마디에 평일 업무 시간을 온전히 비워주는 게 말이 안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정부가 장관 행사에서 기업인을 들러리 세우고, 급하면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 기업이 나라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 당연한 의무는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방한 일정 중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인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고맙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미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했다. 정부가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기업인을 존중하는 태도부터 갖추는 게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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