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미국 허리케인 피해, 유색 인종 밀집 지역이 더 컸다

정원식 기자 2023. 8. 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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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휩쓸고 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플라스의 집들이 물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0년간 미국을 휩쓴 허리케인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소수 인종에게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과 사망자를 통해 허리케인 피해를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이날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8~2019년 사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인해 약 2만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흑인, 아시아인, 미국 원주민 등이 다수를 구성하는 카운티에서 초과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초과 사망은 질병이나 재해 등 특정 이유로 인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그 늘어난 만큼의 사망자 수를 가리킨다.

이 기간 중 미국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카운티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719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루이지애나주 올리언스 패리쉬(카운티)다. 올리언스 패리쉬는 인구의 58%가 흑인이다. 이어 309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2005년 허리케인 리타), 185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2016년 허리케인 매튜) 순이다. 해리스 카운티는 미국 내에서 흑인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카운티다. 브로워드 카운티는 플로리다주 남부에서 가장 흑인이 많은 카운티로 꼽힌다.

시속 119㎞ 이상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의 경우 가장 가난한 계층인 사회적 취약성 지수(SVI) 3등급 그룹의 초과 사망자가 1781명으로 추산돼 전체 초과 사망자의 57.2%를 차지했다. SVI 2등급 그룹의 초과 사망자는 1139명으로 전체 초과 사망자의 36.6%를 차지했다. 가장 부유한 계층인 SVI 1등급 그룹의 초과 사망자는 193명으로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이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사망이 부상, 전염병, 심혈관 합병증 및 호흡기 질환 등 여러 이유로 발생하는데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장애와 빈곤에 노출된 사람이 많을 뿐더러 교통과 건강보험 등 재난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회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논문 주저자인 컬럼비아대 환경보건과학과 조교수인 로비 파크는 “허리케인은 미국 전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서 “흑인, 원주민, 라티노 등 역사적으로 인종주의에 혹사당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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