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세상과 만나다...발달장애 선수들의 골프 축제
프로골퍼와 발달장애 선수 동반 플레이
US 어댑티브 오픈 출전 경비 지원
16일 경기도 파주 노스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은 골프 대회이자 축제였다. 프로골퍼·셀럽 12명과 발달장애 아마추어 선수 24명이 처음 만나 함께 플레이하며 금세 형 동생, 언니 동생 같은 사이가 됐다.
“내리막 의식하지 말고 오르막만 신경 써. 나이스 터치! 너무 잘했어. 훌륭해!” (프로골퍼 윤채영)
“사실 제 주특기가 퍼팅이거든요!” (김선영 선수)
긴장감에 굳어있던 선수들이 격려와 응원을 듬뿍 받으며 경기를 마치고는 미소 짓고 멋진 포즈도 취했다. 이 대회는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발달장애인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프로골퍼 이승민, 이보미, 김하늘, 윤채영, 권성열, 김한별, 박은신, 백석현과 전 야구 선수 윤석민,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 개그맨 정명훈, 유튜버 심짱(심서준)이 참가했다. 프로골퍼·셀럽 1명과 발달장애 선수 2명이 한 조를 이뤄 18홀을 돌았다. 발달장애 선수 지도 경험이 있는 ‘서포터즈’와 캐디가 조별로 각각 1명씩 투입돼 경기를 지원했다.
‘제2의 이승민’을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게 우승자에게는 내년 US 어댑티브 오픈 출전 경비 1000만원 상당이 지원된다. 발달장애 3급 프로골퍼 이승민(26)은 지난해 USGA(미국골프협회)가 창설한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라 크게 주목받았고 올해는 준우승 했다. 이날 출전 선수들에게 이승민은 스타이자 롤 모델이었다. 이승민은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노력해 나가서 꼭 꿈을 이루자”고 했다.
이승민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골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 나갈 길을 찾았듯,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에게도 골프는 세상과 만나고 열정을 쏟으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였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여자 1위)에 오른 발달장애 3급 김선영(23) 선수는 이날 개회식에서 선수들을 대표해 참가 소감을 밝히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신나고 재미있는 대회에서, 어때요? 목소리가 작은데!”
키 178cm인 그는 매일 골프 연습장과 헬스장에서 4~5시간씩 훈련한다. 집에는 트로피와 메달이 많다. 전 세계 지적장애인의 스포츠 경연장인 스페셜올림픽에 3차례(2015·2019·2023) 출전했다.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어딜 가든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머니 장시혜씨는 “선영이가 집중력이 좋아서 퍼트 연습을 특히 좋아한다”며 “단 한 번도 골프 연습이 싫다고 한 적 없고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고 했다. “선영이가 어렸을 땐 과묵한 성격이었고 큰 키로 주목 받는 걸 싫어했어요. 골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변했죠. 큰 키가 골프에선 장점이 됐고, 친구들에게 골프를 알려주기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이번 대회 우승은 78타를 친 박도권(21) 선수가 차지했다. “우승하게 되어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어 16세 최연소 참가자 허도경 선수와 김선영 선수가 나란히 81타를 쳤다. “여러분, 즐거우셨나요? 목소리 좀 더 크게! 제가 며칠간 아프고 이 정도 성적이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김선영 선수) 프로골퍼 이보미는 “다들 스윙도 좋고 잘 쳐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며 “골프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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