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압박으로 불안·불면”…롯데백화점 노조 간부 산재 인정
노조 활동 중 사측의 압박으로 적응장애를 얻은 롯데백화점 노조 간부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달 2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 수석부지회장 이성훈씨(52)가 낸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1998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품질평가사 등으로 일했으며 2020년 12월부터 노조 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롯데백화점이 2021년 성과를 근거로 기본급을 삭감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자 동료들과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씨가 가입한 노조는 소수 노조라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를 받을 수 없었기에 농성기간에는 연차를 사용했다.
이씨는 농성 중 사측이 이미 승인된 연차 사용을 중단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고 공문·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압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사평가를 통해 수당을 깎는 등 불이익도 줬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의료기관에서 ‘기타 미분류형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상병은 ‘기타 미분류형 우울장애’가 아니라 ‘적응장애’에 해당하며,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적응장애를 얻은 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사분쟁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진정 절차, 천막농성 등의 과정을 거치며 회사와 갈등관계에 노출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인사평가를 통한 수당 삭감, 익명게시판을 통한 비난과 노조탄압, 천막농성 철거 관련 심리적 압박 및 사업장에서 연차휴가 신청 관련 공문을 자택으로 보내는 등의 심리적 압박으로 불안,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며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지회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했다.
김왕영 노무법인 노동을잇다 노무사는 “자택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은 가족구성원들까지 불안하게 할 의도로 보인다”며 “롯데백화점은 지금이라도 지회 간부에 대한 괴롭힘 행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씨는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 손실을 만회하려는 방법으로 인건비 절감을 선택했고, 성과연봉제로 수십 년 일한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평가해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며 “이렇게 절감한 직원들의 피와 땀은 롯데월드타워 마천루와 오너(사주)의 ‘연봉 킹’ 유지를 위해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소속 근로자가 질병산재 판정을 받은 부분은 유감”이라면서도 “정신질환 산재는 근로자 입장에서 판단되는 경우가 많고, 회사 제도의 경우 이미 고용노동부에서 적법성을 인정받은 제도로 금번 산재승인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추가적인 이의제기를 할 예정은 없으며 직원들과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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