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보에 3자가 공동 대응…한미일 협력 '질적변화' 예고
북핵에서 대만문제 등으로 대응범위 확장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일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 안보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사실상의 지역 안보협의체로 나아갈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3국 협력이 미국을 중간에 두고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두 축을 바탕으로 운용됐다면,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새로운 '3자 틀'의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1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그간 3국의 필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이뤄졌던 한미일 협력에 지속 가능한 틀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과거에는 지역안보 문제에 대해 단발성으로 협력했다면 이제는 지역안보협의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단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과거 3국 협력이 단발성으로 이뤄졌던 것은 결국 한미일 협력의 한 축인 한일관계가 과거사 갈등으로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양대 축으로 동북아 안보 구조를 지탱해 온 미국은 이를 한미일의 3자 협력 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한일 갈등이 계속되는 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올해 3월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통해 과거사 갈등 국면을 종결짓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로서 한일관계를 추구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일관계 안정화를 통해 한미일 당국은 완연한 3자 틀 수준으로 협력을 끌어올릴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일은 3국의 안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에 따라 역내 상황에 대한 공동의 관점과 공유 가치를 새로운 협의체의 기초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의에서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채택이 추진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는 3국 협력의 지향점이 큰 틀에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지역안보 문제에 대한 3국 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느냐다.
최근 외신은 한미일 정상이 지역적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에 뜻을 같이할 것이라든가,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가 있다는 내용을 미국이 회의 공동성명에 포함하려 한다는 등의 보도를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일이 서로에 대해 안보 의무를 갖는 동맹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따라 '책임'이라는 표현이 정상회의 결과문서에서 사용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관계가 상당히 회복됐다고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동맹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지역안보 문제에 대한 한미일의 대처가 '집합적 대응'에 가깝게 변화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미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도출될 합의는 "세 나라가 직면한 안보 상황에 대한 공동의 그림을 인식"하고, 여기에는 "공동의 행동이 요구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실질적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3국이 지역 내 '공동의 위협'을 인식한다고 할 때 여기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뿐만 아니라 중국의 해양 공세 등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5일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화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3국을 둘러싼 현 안보 환경이 한층 엄격해지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의 협력이 북한 대응뿐 아니라 지역·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에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다시 한번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 결과문서에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의체가 제도화되면서 한미일의 지역안보 대응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중요한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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