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회사가기 싫어'병 치료법이 있긴 합니다, 감당할 수 있다면

심영구 기자 2023. 8. 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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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다.

출근길에 그대로 퇴근하고 싶다.

만족스러운 조건의 회사에 취업했거나 연봉과 직급이 높더라도 출근이 싫은 건 매한가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니, 해야 할 출근이라면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해 보겠다는 애환 가득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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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슾] (글 : 김혜경 작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인생의 고민 중 어쩌면 가장 크게 다가올지도 모를 '연애', 이 둘이 결합했다면? '직장고민상담소-대나무슾'의 서브 코너 '비밀리'에서 연애전문가들의 발랄하고도 진지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세요! 
 


출근하기 싫다. 출근길에 그대로 퇴근하고 싶다. 퇴근하는 김에 퇴사하고 싶다. 물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나는 어떻게든 출근하고 있겠지만.

직장인이란 게 원래 그렇다. 때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0년 9월 11일, 물이 상반신까지 넘실거려도 대한의 직장인들은 묵묵히 물길을 헤치며 출근했다. 하반신은 이미 물에 잠겼을지언정 꿋꿋하게 우산을 쓴 채로. 90년대라 그랬을 거라고? 글쎄, 좀비가 창궐한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라면 좀비를 피하는 시간까지 계산해 평소보다 더 일찍 집에서 나와 어떻게든 출근하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야 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직장인이니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직장인이지만, 직장인이라면 출근은 고통스럽다. 만족스러운 조건의 회사에 취업했거나 연봉과 직급이 높더라도 출근이 싫은 건 매한가지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과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할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오늘도 내가 뭘 싫어하는지 새롭게 알게 되는 하루하루가 즐거울 리가 없다. 그래도 어떡해, 돈 벌어야지.

일요일 밤에는 어김없이 우울하다. 주말은 왜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까? 5일을 일했는데 고작 2일만 쉬는 게 맞는 걸까? 내일이면 다시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어째서 잠은 쉽게 오지 않는 걸까? 우울과 불안이 어둡게 내려앉는다. 직장인이라면 지나치지 못하는 월요병 증상이다. 

많은 직장인이 월요병 극복을 위해 애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니, 해야 할 출근이라면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해 보겠다는 애환 가득한 노력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곳저곳에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돼 있다. 한 병원은 이런 방법들을 추천했다. 아침 식사하기, 신선한 야채나 과일 먹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스트레칭하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건 불변의 진리라서, 저런 행동들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직장인들에겐 지나친 부지런을 요구하는 또 다른 과업일 뿐. 나 역시 아침 식사를 할 여유가 있다면 그 시간에 좀 더 눈 붙이기를 선택할 테다.
 

그렇다면 월요병은 불치병인가요?

경험한 바로는, 월요병에도 강력한 백신이 있다. 바로 사내 연애다.

어릴 때부터 아침잠이 많았던 나에게 월요병은 오래된 역사다. 등교할 때마다 제시간에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 기를 썼고 그래도 늦어서 번번이 매를 맞았다. 아침마다 나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길 간절히 빌었다. 나이를 먹고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면 아침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을 하고, 간단하지만 건강한 아침 식사를 차려 먹은 뒤 말끔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각을 일삼는 일만큼은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월요병에 걸린 사람에게 시간은 약이 아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서, 회사에 다닌 지 10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십수 개에 달하는 알람에 의지함에도 헐레벌떡 뛰쳐나가기 일쑤다.

이런 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출근을 서두른 적이 있다. 그것도 평소보다 무려 2시간이나 일찍, 평소와 다르게 신경 쓴 티가 나는 얼굴로. 게다가 평생 아침이라곤 챙기지 않았으면서 베이커리에서 빵을 종류별로 사 들고 가기까지. 심지어 이런 부지런한 아침을 몇 주나 지속했으니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평생 달고 살 것 같던 월요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해 준 게 바로 사내 연애였다. 피곤해도 나만큼 피곤할 상대방에게 맛있는 빵을 줄 생각을 하니 피곤함도 살살 녹는 기분, 그저 상대방이 있는 회사에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은 마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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