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뇌사자, 돼지 신장 달고 32일째 살아… 역대 최장 기록
미국에서 인간의 돼지 장기(臟器) 사용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주는 실험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하나는 돼지 신장을 이식한 뇌사자가 한 달 넘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표다. 또 다른 연구에선 이렇게 이식된 신장이 체내에서 소변 생성을 넘어 노폐물 여과 기능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현지 매체는 16일(현지 시각) 두 연구 기관의 이같은 실험 발표를 보도했다.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소속 연구팀은 이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모리스 모 밀러(57)라는 뇌사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결과 32일째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러의 사례는 돼지 신장을 사용한 실험 중 최장 기간 기록이라고 한다. 이 남성에게선 이종간 장기 이식에 따른 면역 거부 반응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식된 신장은 독소를 여과하고 소변을 생성하는 기능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 날 발표된 앨러배마대 의료진의 돼지 신장 이식 실험은 더 나아간 결과를 보여줬다. 앨러배마대 연구팀은 올해 초 52세 뇌사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했는데, 이 실험에서 신장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인 크레아티닌을 제거하는 능력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한다.
크레아티닌은 건강검진에서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으면 신장에서 노폐물이 잘 걸러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앨러배마대 이식연구소 소장 제이미 로크는 이번 성과에 대해 “신장 이식의 목표는 소변 생성 뿐만 아니라 체내의 독성 성분을 여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앨러배마대의 경우 돼지 신장은 일주일간 정상 기능했다. 이에 대해 로크 박사는 “실험을 지속할 수도 있었지만 유족 존중 차원에서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앨라배마대와 뉴욕대 연구팀은 모두 유나이티드세라퓨틱스의 자회사인 리비비코어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다. 다만 앨라배마대는 10종류의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으며, 뉴욕대는 인간 면역체계가 공격하는 단백질 ‘알파갈(α-gal)’을 제거하는 유전자 1종류만 변형해 사용했다고 한다.
WP는 “돼지 신장이 인간 체내에서 장기간 기능했다는 건 장기 공급과 수요의 간극 문제에 희망을 준다”고 했다. 미국 장기기증네트워크에 따르면 미국 신장 이식 대기 명단에는 10만3400여명이 올라와 있는 반면, 지난해 신장 이식을 받은 사람은 2만6000명에 불과했다.
뉴욕대 연구팀은 향후에 뇌사자가 아닌 일반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실험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지난해 시한부 삶을 살던 일반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했지만, 2개월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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