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혐오', 미디어 통해 어떻게 소비됐나
한국언론학회 등 3개 학회 문화연구회 공동주최 문화연구캠프
"대형유튜버 비거니즘 혐오 부추겨, 집단혐오가 놀이화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최근 비거니즘(Veganism)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거니즘 혐오가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기성 언론에서는 주로 비거니즘을 평범하지 않은 기행으로 대상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자는 신념을 바탕으로 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을 말한다.
지난 16일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 등 3개 연구회가 주최한 제21회 문화연구캠프에서 박주현(서울과기대 석사과정)씨는 대형 유튜버들의 비거니즘 혐오에 대해 “집단혐오가 놀이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폭력 직접행동 동물권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인 디엑스이(DxE·Direct Action Everywhere) 한국지부가 2019년 서울에서 육류를 파는 식당에서 시위를 한 이후 비건 관련 혐오 콘텐츠가 많아졌다고 보고 2022년 10월까지 관련 유튜브 콘텐츠 댓글을 분석했다.
유튜버 '카광'의 경우 해당 시위를 풍자한다는 명목으로 한 채식주의자가 가족들의 식사 자리에서 육식이라는 이유로 식사를 방해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이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는 내용 등을 직접 연기해 영상에 담았다. 지난 2020년 6월 게시된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136만회를 넘어섰다.
박씨는 “대형 유튜버들이 혐오를 조장하고 있고 관련 댓글이나 채팅에 비건 혐오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비건 혐오 댓글을 유형화했다. “비건은 문제가 맞음”, “비건충”, “쓰레기들” 등 비건 집단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라벨링',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 강요함” 등과 같이 비건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언급하는 '스테레오 타이핑', 이른바 '착한 비건'과 '나쁜 비건'을 만들어 비건 집단 내에서 일부를 구분해내는 '구분 짓기', “식물권은 왜 안 챙겨주냐”, “대충 만들어도 돋 뜯어먹기 쉬운 3가지 : 페미, 비건, 씹덕” 등 '조롱하기', 해당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등 5가지로 구분했다.
이러한 혐오는 '커버링'을 하게 되는 배경이다. 커버링은 주류에 부합하기 위해 다수가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에 대한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다. 비건 혐오가 만연할 경우 자신이 비건이란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김재아(연대 석사과정)씨는 비거니즘에 대해 기성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봤다. 김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일간지 5곳의 비거니즘 기사를 분석한 결과, 건강·소비·환경 등 세 가지 의제와 관련해 부각했으며 비거니즘 실천을 평범하지 않은 기행이나 유행의 일환으로 바라보며 비건을 대상화하고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건강'과 관련해서 <'베지터리언' 이하늬 채식중단 “건강상 이유…강박감 있었다”>(2019년 11월1일 동아닷컴) 등 기사를 예시로 들며 비거니즘을 건강을 위한 개인 선택으로 보는 담론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에는 육식주의를 지배적 헤게모니로 보는 관점이 담겼다고 해석했다.
'소비' 양식으로서 비거니즘을 다룬 기사는 주로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내놓는 홍보용 보도자료를 인용한 언론 보도였다. 예를 들어 2022년 5월 한 기업 관계자가 언론에 “개인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식단을 찾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 등을 보면 비거니즘이 시장 흐름에 따른 유행으로 보는 경제논리와 맞물려 있고 언론에서는 이를 단순 전하는 수준이었다.
'환경' 문제로 비거니즘을 다룰 때는 정치적 문제로 접근했다. <폴 메카트니가 제안한 캠페인 '고기 없는 월요일'을 아시나요>(경향신문 2021년 8월8일자), <영화 '옥자' 보고 돼지 구출 시도한 미국 동물권 활동가>(경향신문 2021년 1월4일자) 등 기사가 그 예시인데 이런 정치적 비거니즘은 다른 사회정치적 담론에 비해 온건하고 대중친화적 주제라고 봤다.
비거니즘을 대상화하는 언론 보도 사례도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2021년 3월9일자 <채식주의, 건강에 문제없을까>에서 “채식주의 중 가장 가혹한 것이 비건과 과일만 고집하는 프루테리언”이라며 “자칫 영약적 불균형을 걱정할 정도”라고 했다. 김씨는 “비거니즘은 가혹하고 극단적인 채식만능주의 등 일종의 특이한 관습 소재로 소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는 비거니즘 운동이 운동 주체(인간)와 해방의 대상(동물)이 다른 대리운동 성격이 있으며 페미니즘 등 사회 다양한 담론과 결합하는 사회운동으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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