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소음 내고 “언제 그랬느냐?”…치매 노인 아래층에 사는게 죄?[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김광현 기자 2023. 8.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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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치매 노인이 많습니다. 대개 몸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목발을 짚기도 합니다. 어른들을 모시는 자녀들은 가상하지만 이로 인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아랫집 사람들은 몹시 괴롭습니다.

치매 노인들은 본인이 소음을 내고도 낸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웃에게 폐가 되는 줄도 잘 모릅니다. 이 때는 자녀들이라도 나서야하는데, “안 그래도 불편한 노인에 대해 너무 야박하게 군다”고 오히려 상대방을 타박하기도 합니다. 한편 아랫집은 “윗집 사정은 알겠지만 우리도 참고 살기에는 너무 괴롭다”며 호소하는 실제 사례가 많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아픈 것도 서러운데 집에서 휠체어도 못 타나” vs “웬만하면 참겠는데 미칠 지경”

서울시 강남구에 살고 있는 40대 가장입니다. 현재 아파트에 이사온 지 1년 됐습니다. 아내 그리고 갓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편입니다.

얼마 전부터 원인 모를 쿵!쿵!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어쩌다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매우 빈번하게 쿵!쿵! 바닥 찧는 소리가 나고, 어떤 때는 탁!탁!탁! 바닥을 치는 소리가 납니다.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소음 주의하라고 안내 방송을 해주든지, 위층에 찾아가서 경고를 해달라고 거의 매일 말했습니다. 그래도 도통 나아지지 않습니다.

하루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위층을 찾아갔습니다. 노부부가 문을 여시길래 “발소리가 너무 나니까 조심해달라”고 했습니다. 노부부는 “미안하다. 조심하겠다”고 하셔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위층 아들이라고 하면서 “낮에 본인들 집에 다녀갔냐” 면서 “편찮으신 부모님한테 뭐라고 이야기했길래 서러워서 못 살겠네라며 울고불고 하시냐”고 하는 겁니다. 저는 “쿵쿵 소리가 너무 나서 조심히 걸어 달라 이야기했을 뿐이고 알겠다고 하셔서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란 사람은 “우리 엄마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쇠약하신 분이라 잘 움직이지도 않으실 뿐더러 쿵 쿵 걸은 적이 없다”고 큰 소리로 화를 냈습니다. 마침 인터폰 뒤에서 할머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저 역시 당황해서 우선 미안하다 하고 끊었습니다. 알고 보니 노부부 중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계셨습니다. 아들이 시골에서 모시고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아들은 출근하고 노부부만 계시니 부모님 행동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폰 사건 이후로도 쿵!쿵! 소리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밤에 쿵쿵 소리가 크게 나서 잠을 벌떡 깬 적도 있었고, 지금은 조금만 쿵 소리에도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 쿵!쿵! 소리가 날 때마다 녹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집에 있을 주말 낮을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말 아침부터 쿵쿵 소리에 정말 화가 나서 못 참고 위층에 바로 찾아갔습니다. “웬만해서는 참으려고 했는데 정말 소음 때문에 못 참겠으니 좀 조심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이번에도 버럭 화를 내면서 “나이 들고 아픈 사람은 아파트에 살지도 말라는거냐”고 했습니다. 안을 살짝 보니 할머님이 휠체어를 실내에서 이용하시는 것 같았고, 목발 같은 걸로 바닥을 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약간 안된 마음에 “몸이 불편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저 휠체어 같은 소리와 목발 소리가 정말 아래층에 크게 들리니 매트라도 좀 까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할머니까지 나오셔서 “본인이 언제 쿵 쿵 댔냐”면서 큰소리 쳤습니다. 분명히 몇 일전만 해도 미안하다 하시던 분이요. 소동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주변 제지가 있어서 상황은 일단락 됐습니다. 그 뒤로도 쿵 쿵 대는 소리는 여전합니다. 편찮으시다고 해서 마냥 이해만 할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합니다.

혹시나 위층이 아니라 옆집인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리소에 연락해 옆집과 위층의 대각선 집에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말하기를 “옆집은 아침에 일찍 출근했다가 밤에나 오는 신혼 부부 집이고 위층 대각선도 자기 옆집이 문치는 소리 때문에 민원을 넣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노령자가 있는 집안에서는 예기치 못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와 목발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는 잘 못 느끼겠지만 본의 아니게 아랫집은 층간소음의 피해로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건 죄가 아니지만, 역시 아무 죄가 없는 이웃에게 참지 못할 피해를 준다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에 실내의 이동을 휠체어에 의지하는 할아버지와 아랫집 거주자간에 원인 모를 층간소음으로 상호 심한 분쟁을 겪다가 그 대안을 마련돼 문제가 일단락 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휠체어의 실내 이동시, 특히 방 문턱을 넘을 때 발생되는 ‘쿵’하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얇은 매트와 휠체어 이동을 위한 실내 끈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참고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우선 관리소장(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을 통해 윗집의 자제분을 초대해 윗집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정도를 들어보라고 하십시요. 이 사람들이 층간소음의 심각한 정도를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야 협상이나 해결책이 나옵니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대안으로 휠체어의 이동 통로에 얇은 매트를 설치하고, 실내에서는 목발 대신 자주 이동하는 부분에 끈을 설치해 줄을 잡고 휠체어를 이동하면 소리가 덜 납니다. 이는 휠체어 이동 및 목발로 인한 소음 방지와 더불어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에게도 이동을 훨씬 수월하여 만들어 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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