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일 누가 변제하든 차이 없어”…일본 기업 대변하는 정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최근 법원에 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서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가해기업이나 한국 정부 가운데 어느 쪽이 피해자의 판결금(배상금)을 변제하더라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한겨레는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광주지방법원에 낸 이춘식(99) 할아버지 관련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서를 확보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법원에 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서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가해기업이나 한국 정부 가운데 어느 쪽이 피해자의 판결금(배상금)을 변제하더라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정부는 “일본 기업의 사과는 강제할 수 없다”며 “공탁 불수리는 국익에 현저히 반한다”고 일본 쪽을 방불케 하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한겨레는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광주지방법원에 낸 이춘식(99) 할아버지 관련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서를 확보했다. 지원재단은 지난달 18일 광주지법 공탁관이 이 할아버지에 대한 지원재단의 공탁 접수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튿날 44쪽 분량의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공탁은 법령에 따라 돈이나 유가증권 등을 법원에 맡겨 변제 등에 대한 법률적 효과를 얻는 제도다.
지원재단은 이의신청서에서 이 할아버지가 요구한 일본 정부의 사과에 관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어느 누구도 사과를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가해기업의 사과를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헌법을 들어 편 것이다.
지원재단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지원재단은 이의신청서에서 “채권자 일방의 의사로 부당하게 채무자(일본 가해기업)에 의한 변제만을 강요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채무자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든지, 판결금을 채무자로부터만 받아야 한다는 건 법 감정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했다. 지원재단은 또 “공탁공무원의 (공탁 불수리) 판단으로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은 국익에도 현저히 반한다”며 법원이 공탁을 받아주는 것이 ‘국익’이라고 했다.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 요구를 피해자의 ‘일방적인 의사’로 치부하며, ‘국익’을 해치는 ‘부당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특히 지원재단은 지원재단이 판결금을 변제하는 것이나, 일본 가해기업이 이를 변제하는 것이나 금전적인 차이가 없다고 했다. 지원재단은 이의신청서에서 “채무자 본인이 직접 변제하는 경우나 제3자(지원재단)가 변제하는 경우나, 채권자(이 할아버지)가 동일하게 금전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썼다. 피해자들의 요구를 “금전 채권의 만족”으로 축소하며, 이런 요구는 누가 만족하게 해도 그만이라는 몰역사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한겨레에 “정부 쪽이 매우 빈약한 논리로 공탁을 시도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6일 “피공탁자(이춘식 할아버지)가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다”며 지원재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일본) 가해기업은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청인(지원재단)이 가해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을 제3자 변제한 후 가해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같은 날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지원재단의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앞서 전주지법도 지난 14일 지원재단이 낸 강제동원 피해자 고 박해옥씨의 자녀 2명에 대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대낮 신림동 공원서 둔기로 때리고 성폭행…30대 체포
- 뇌사자에 이식된 ‘돼지 신장’ 32일째 작동…역대 최장
- 잼버리 ‘뒷수습’에 지자체 수백억 썼다…정부가 주긴 준다는데
- 한국발 LK-99 결국 허풍이었나…네이처 “초전도체 아니다”
- 위협하며 따라오는 술 취한 남성…3006번 버스 있어서 다행이야
-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 진화…캠프 데이비드 문건 채택 예정
- 이재명 대표, ‘백현동 의혹’ 조목조목 반박…검찰 구속 영장 검토
- ‘건보 무임승차’ 이동관, ‘납부 회피 악용 수단’ 썼다
- 영양제로 인한 ‘간 질병’ 8배 증가…“변기에 돈 버리는 셈”
- 무주택자 출산 전후 집 사면 취득세 최대 500만원 깎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