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착 北선수단, 5시간 고속철 대신 14시간 야간열차 탄 까닭은

정성조 2023. 8. 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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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7개월 만에 닫힌 북한·중국 국경을 열고 중국 단둥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 베이징으로 가면서 5시간이면 되는 고속철도를 놔두고 14시간 넘게 소요되는 야간 침대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오전 11시 20분께(이하 현지시간)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버스를 타고 온 북한 선수단 60∼70명은 당일 오후 6시 18분 단둥역을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17일 오전 8시 40분께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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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단둥∼베이징 10시간 여정에 25시간 들여
"베이징 북한대사관 기숙사 포화 상태…언론 예상 보도에 계획 수정 가능성도"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버스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16일 오전 북한 신의주를 출발한 버스 2대가 압록강 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고 있다. 2023.8.16 xing@yna.co.kr

(단둥=연합뉴스) 박종국 정성조 특파원 = 3년 7개월 만에 닫힌 북한·중국 국경을 열고 중국 단둥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 베이징으로 가면서 5시간이면 되는 고속철도를 놔두고 14시간 넘게 소요되는 야간 침대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오전 11시 20분께(이하 현지시간)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버스를 타고 온 북한 선수단 60∼70명은 당일 오후 6시 18분 단둥역을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17일 오전 8시 40분께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단둥역에서 1천132㎞ 떨어진 베이징역으로 가는 열차편은 통상적으로 하루 세 번 있다. 오전 7시 9분에 출발해 베이징역에 낮 12시 20분에 도착하는 고속철도, 오후 2시 8분∼오후 7시 11분 고속철도, 오후 6시 18분 단둥역을 떠나 다음 날 오전 8시 40분 베이징역에 도달하는 야간열차다.

좌석 등급별로 411∼1천284위안(약 7만6천∼23만8천원)인 고속철도편은 단둥에서 베이징까지 5시간가량 걸리지만, 완행인 야간열차는 밤을 꼬박 새우는 일정이어서 객차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야간열차는 입석·좌석, 딱딱한 침대, 푹신한 침대 등으로 등급이 나뉘고 가격대는 141∼381위안(약 2만6천∼7만원)이다.

당초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선 북한 선수단이 고속철도편으로 베이징에 가서 주중 북한대사관 기숙사에서 하루 정도 묵은 뒤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단둥에 도착한 시점이 고속철도 출발 시간인 오후 2시 8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은 오후 6시 18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선택했다. 압록강철교 초입의 단둥 해관(세관)에서 입국 절차를 마친 뒤로도 약 5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기차로 5시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 선수단은 전날부터 열차 안에서만 20시간 정도를, 단둥 체류 시간까지 더하면 약 25시간을 들여 이날 오전 베이징에 당도한 셈이 된다.

베이징 시내 바라보는 북한 태권도 선수단 관계자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단둥역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 관계자가 17일 오전 버스를 타고 베이징역을 나서며 시내를 살펴보고 있다. 2023.8.17 jkhan@yna.co.kr

소식통들은 북한의 이런 선택이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사정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대사관 안에는 중국을 일시 방문하거나 해외를 오가는 북한인들이 잠시 머무는 용도로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이 있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귀국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귀국하지 못한 유학생 수백명과 중국에서 범법 행위를 하다 북한 측 보안요원에 적발된 음식점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귀국시킬 계획이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북한대사관 기숙사가 60∼70명 규모의 새로운 손님을 받을 공간이 여의찮아 선수단을 야간열차에서 재운 뒤 곧장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에 보내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북한이 당초 계획을 갑자기 수정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소식통도 있다. 한국 언론이나 외신이 북한의 선수단 이동에 앞서 예상 동선과 일정을 보도하자 고속철도 이동 계획을 야간열차로 틀어버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8월 중단했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려다 일본 매체들이 예상 기사를 쓰자 몇 차례 연기했고, 작년 1월에야 운행에 나선 바 있다"며 "외부 언론이 보도한 바대로 실행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달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달 초부터 한국과 일본 등 매체들을 통해 나온 바 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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