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배 침몰케 하면 승선 못해" 경고...일부 의원 "설마 나?"

박소연 기자 2023. 8. 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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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비공개 의총서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 작심발언…의원들 해석 분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2023.08.15. /사진=뉴시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6일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론에 맞지 않는 발언은 조심하라는 경고다. 총선 공천 실무작업을 총괄하는 이 사무총장의 메시지인 만큼 당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함께 배를 타고 항해하는데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함께 승선할 수 없다"며 "본인 생각만 갖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이나 당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민주주의 정당에서 모두가 한 방향만 보면 역동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최근 당을 조롱·비하하거나 동료의원을 폄훼하는 발언의 수위가 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은 작심한 듯 5분 이상을 같은 주제로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두 마디 하고 끝난 게 아니라 5분 이상 하나의 주제로 일관해서 말했다. 표현이 셌다"며 "의외의 발언이라 어리둥절한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의원들 사이에선 "누굴 말하는 거지" "설마 나인가" 하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개별 의원들의 자유토론은 없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요새 방송 등에 나가서 우리 당이나 특정인을 폄훼하고 비난하는 발언이 있었는데 그런 걸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조심스러운 호소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우리가 '소수 여당'인데 '다수 야당'의 횡포에 싸워야 하는데 당의 단합을 해치는 언행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다선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수근했다"며 "내가 받아들이기론 당의 단합을 말했다기보단 민감한 때이니 말조심 하란 건데 공개적으로 말하니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초선 의원은 "언론에서 '야당도 문제지만 여당도 문제다' 이렇게 양비론을 말하면서 자기 몸값을 올리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았다"며 "우리가 소수여당의 한계가 있어 단일대오로 뭉쳐도 모자란데 양비론적으로 말하면서 사실상 당을 해하는, 배에 구멍내는 행위를 경고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서 정책에 대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지만 당과 동료 의원에 대한 일방적 폄훼나 비하는 당원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아버지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배를 침몰시키려고 하면 어떻게 누가 태우겠냐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반론적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무총장은 '승선' 등의 표현이 공천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엔 "당원들이 일반 국민들의 얼굴 아닌가"라며 "언행을 조심하자 이런 걸 함축한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특정인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물음엔 "전부 다, 모든 사람들이 다 조심해야 되는 것"이라며 "정치를 하면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고민 없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압박을 느끼는 분위기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선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 책임과 총선 수도권 위기론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 입장과 상반된 발언이 이어졌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우리 당과 당 대표는 안 보인다"며 "집권당의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쓴소리를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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