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 사장 “LH, 카르텔 깰 방법 알고도 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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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가 지어진 원인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선후배 간 '이권 카르텔'이 지목된 가운데 김헌동(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국토교통부와 LH가 이권 카르텔 깰 방법을 모르겠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알고도 안 한 것"이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김 사장은 "LH 개혁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직접시공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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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지키려 개혁 눈 감아
후분양제·분양원가 공개해야”
철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가 지어진 원인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선후배 간 ‘이권 카르텔’이 지목된 가운데 김헌동(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국토교통부와 LH가 이권 카르텔 깰 방법을 모르겠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알고도 안 한 것”이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김 사장은 “LH 개혁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직접시공제 등을 제안했다.
김 사장은 17일 문화일보와 만나 “SH 사장으로서 수차례 국토부와 LH 관계자를 만나 분양원가 공개 등 각종 제도를 논의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며 “그분들이 퇴직 후 재취업할 각종 건설 관련 협회가 기득권을 해치는 이들 제도 도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LH 발주 설계·감리용역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설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침투한 이권 카르텔이 각각의 제 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를 초래했다고 봤다. 김 사장은 1999년부터 SH에 오기 전까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부동산 시장을 감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 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공기업인 SH와 LH는 주택을 공급한다는 본질적 성격이 같은데도 사뭇 다른 경영 정책을 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 사장을 임명한 후에는 간극이 더 벌어졌다. SH는 오 시장 재임 당시인 2007년부터 5년간, 2021년 11월 김 사장이 취임한 후 8차례에 걸쳐 총 6개 지구 32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같은 시기, 건축공정률이 90%에 도달한 시점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며 후분양제를 강화했다. 다단계 하도급을 줄이기 위해 원도급자가 공사의 일정 부분을 직접 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직접시공제도 확대 시행했다. 하나같이 LH가 외면했던 제도들이다.
김 사장은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외부 감시를 받아 이권 개입 여지를 줄이고 후분양제를 통해 완성도 높은 아파트를 건설,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SH가 감리업체가 아닌 감리사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는 ‘SH형 감리제’ 도입도 예고했다. 그는 “감리사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을 대표해 주택의 품질·안전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지금은 시공사가 감리사에게 돈을 지급해 시공사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분야별 경력과 기술 숙련도에 따라 임금 체계를 4단계로 나눠 건설 노동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적정 임금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SH는 수도권에 약 30만 가구를 짓는 제3기 신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해 토지는 SH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이른바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값아파트는 분양가가 기존 주택의 절반 수준이어서 수도권 집값 안정에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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