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 생명줄…루마니아 술리나 운하가 뜬다
나토 보호로 안전한 다뉴브강 삼각주 루마니아 지역
러, 수출 막으려 다뉴브강 우크라 항구 공격 안간힘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하려는 가운데 탐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다뉴브강 삼각주 루마니아 영토에 있는 술리나 수로(운하)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로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뉴브강의 지류로 물길을 곧게 만들고 정기적으로 준설하는 술리나 수로는 길이가 60km에 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 내륙 수로여서 우크라이나 항구를 미사일 공격해온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다뉴브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을 관통하는 술리나 수로는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중단한 뒤 안전한 곡물 수출로로 부상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술리나 수로 인근의 우크라이나 항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16일 다뉴브강 하구 삼각주를 마주하는 이즈마일항과 레니항을 드론으로 공격해 곡물창고 등을 파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리나 수로는 다뉴브강 삼각주 지역 루마니아와 몰도바, 우크라이나의 항구와 흑해를 연결하는, 비교적 안전한 통로다. 루마니아가 나토 회원국인 덕분에 러시아가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유일한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가 탐조가 등 자연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이 수로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제임스 오브라이언 미 정부 제재 조정관이 지난주 루마니아 갈라티 항구에서 EU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다뉴브강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EU 술리나 수로 활용도 높이는 방안 논의
전쟁 전 다뉴브강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월 10만t 정도였다. 그러나 전쟁 18개월 동안 10배 이상 증가해 2000만t 가량이 수출됐다.
술리나 수로를 통한 곡물 수출을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지금까지 실패해왔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 뒤로 술리나 수로로 진입하려는 선박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다. 16일에도 80척이 대기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선박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수로 물길을 잘 아는 도선사를 채용하기 시작횄다.
야간항법장치 설치하고 도선사 채용
소린 그린데아누 루마니아 교통장관은 술리나 수로를 최대로 활용하려면 우크라이나가 자체 항구가 아닌 루마니아 항구를 통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루마니아의 갈라티와 브라일라 항구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깝고 나토의 보호를 받는다고 예시했다.
그는 루마니아가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갈라티항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우크라이나의 광궤 철로에 맞춰 건설하는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갈라티항으로 오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아직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스트럭처 장관은 앞으로 루마니아 항구에 도착하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늘어나려면 철도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마니아에서 곡물을 하역해 옮겨 싣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술리나 수로 진입이 정체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 삼각주 북쪽의 우크라이나내 비스트로예 운하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심이 얕고 우크라이나 내부여서 러시아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또 루마니아는 이 운하의 사용이 삼각주 교통 관리에 관한 1948년 협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린데아누 루마니아 교통장관은 다뉴브강 삼각주 지역 우크라이나 항구는 공격당할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대량의 곡물 선적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뉴브강 지역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면서 러시아가 주목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수출량에 육박하는 1100만t의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수출됐다.
200년 전부터 러와 서방이 점유권 놓고 갈등
흑해의 우크라이나 해안 지역과 달리 술리나 인근 루마니아 해역은 아직 안전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들은 대부분 술리나 수로를 통과해 루마니아 최대 흑해 항구 콘스탄타까지 루마니아 해안을 따라 136km 가량을 이동한다. 콘스탄나항구에서 더 큰 선박으로 옮겨진 화물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에서 벗어난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중단한 뒤로 콘스탄타가 주 수출로로 부상했다면서 나토의 “하늘의 눈”이 24시간 루마니아와 흑해 영해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술리나 항구는 전쟁 초기 러시아가 초토화했던 우크라이나의 뱀섬에서 40km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미 익숙해져 전쟁을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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