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 “LK-99, 초전도체 아니다”
황화구리 빠진 샘플 만들자 ‘강력 전기저항’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만들었다고 하는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네이처의 자체 실험을 통한 검증은 아니고 각국 연구진의 분석과 평가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LK-99가 초전도체처럼 보이는 건 LK-99 내부에 불순물 형태로 섞인 황화구리의 성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네이처는 16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게재한 기사를 통해 “LK-99의 퍼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저항의 급격한 하락과 부분적인 자기부상은 (LK-99) 재료에 섞인 불순물인 황화구리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사라지고, 자기부상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이다. 지금도 초전도체는 있지만, 영하 200도 내외의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 거대하고 비싼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초전도체 기술은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자신들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발표해 국내외 과학계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상 127도 이하에서 초전도체로서의 특징을 보이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사실이라면 상온에서도 냉각장치 도움 없이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네이처가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런 판단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전기저항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은 LK-99의 전기저항이 크게 떨어지는 온도로 104.8도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이날 기사에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소속 화학자인 프라샨트 제인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104도는 황화구리가 ‘상전이’를 나타내는 온도와 같다”고 전했다.
상전이는 물체의 물리적인 성질이 변하는 현상인데, 황화구리는 이 온도 밑으로 떨어지면 전기저항이 극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황화구리가 LK-99 내부에 불순물 형태로 섞였고, 이 때문에 LK-99가 마치 상온 초전도체 같은 특성을 보였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는 지난 14일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가 황화구리 등 불순물이 빠진 LK-99 샘플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를 언급했다. 검증 결과, 순수한 LK-99 샘플은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반대로 수백만 옴에 이르는 큰 전기저항을 가진 절연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세계 각국 연구진에서 재현한 일부 LK-99 샘플에서 자기부상 현상이 부분적으로 관찰된 것도 초전도체 효과 때문이 아니라고 봤다.
네이처는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가 지난 14일 발표한 연구에서 황화구리 등 불순물이 빠진 LK-99 샘플에서 충분한 수준의 자기부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7일 베이징대 연구진도 ‘강자성’ 때문에 LK-99에 자기 부상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를 내놨다고 적시했다. LK-99 샘플은 일종의 자석일 뿐이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미국과 유럽,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진이 LK-99 샘플을 제조해 검증했지만,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은 곳은 없다.
다만 네이처는 마이클 퓨러 호주 모나시대 물리학과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한국 연구진이 갖고 있는 LK-99 샘플이 (다른 연구진에) 공유되면 추가 확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학계에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를 중심으로 국내 대학 연구실이 LK-99 샘플을 재현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LK-99 샘플 합성은 이달 말쯤 완료되고, 해당 샘플이 상온 초전도체인지 여부는 다음 달 초중순쯤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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