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검찰 출석에서 지지자들 향해 14분 간 연설한 이재명, “나는 정치적 희생제물”
“정치 검찰, 조작 수사 중단하라“vs”이재명 구속”
이재명 “소환 조사 100번이라도 당당히 받겠다”
17일 오전 9시 30분,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 100여명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정치 검찰 조작 수사 중단하라’, ‘검찰 독재 정권,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반드시 이겨낸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사회자가 “이재명 대표가 극악무도한 검찰에 장시간 조사받는 동안 하나가 되어 힘을 실어드리자”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하나 같이 ‘이재명’을 연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당 대표로 취임한 후 네 번째다. 검찰은 백현동 인허가 과정에서 이 대표가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이미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게시하며 검찰 출석 장소 및 시간을 공지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 결집을 통해 여론전에 기대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청사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지만, 참석 인원은 지난 1월(위례 신도시·대장동 사건으로 출석)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 없다”…이재명 지지자들 환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3분 흰색 SUV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는 차량에서 내려오며 지지자들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단상 위에 올라 준비한 메시지를 읽었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국가 폭력,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 아니겠느냐”며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간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 역사다.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을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다.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며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검사 독재 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이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라”며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 소환조사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 외쳤다.
약 14분 동안 입장문 낭독을 마친 이 대표는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차량을 타고 이동해 오전 10시 40분쯤 검찰 청사 로비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밝힌 뒤 다른 질문은 받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질문지 250쪽 준비…이재명, 답변 거부할 듯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 대표를 상대로 백현동 개발사업 당시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던 이 대표가 인허가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한다. 검찰은 이 대표를 조사하기 위해 총 25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다. 검찰은 올해 초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진행된 두 차례 조사에서는 각각 100쪽, 200쪽의 질문지를 준비한 바 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들이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사업 검토 과정에서 4단계 용도지역 상향(자연·보전녹지→준주거지역)에 따른 특혜 소지를 차단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었으나,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공사 참여가 배제됐다.
검찰은 이 대표 등 당시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로비를 받고 민간업자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였다”, “실무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공사를 개발사업에 참여시킬 의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추진을 지시한 증거’라는 제목으로 2014년 3월 12일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해 작성한 ‘지역주도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회의 자료와 같은 해 5월 21일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올렸다. 이 대표는 전국 각 시도당 당원들과 소속 의원들에게 “1원 한 푼도 사익을 취한 것이 없다”며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이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는 이 대표 측에선 고검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사, 검찰 측에선 최재순 부부장검사가 참석한다. 조사는 조서 열람까지 포함해 이날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조사 속도에 따라 추가 소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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