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초록색 스티커’ 받은 김부겸부터 노사연까지...尹 부친 조문 인연들
김부겸 전 총리 야권 인사지만 尹대통령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인은 존경하는 선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추모하는 분들과 함께 슬픔을 이겨내시길“
가수 노사연 이모 현미 지난 4월 본인상 때 尹 조화 보내
주요 그룹 총수 및 손경식 경총 회장 등 참석
전날 기업 대관 인력들 빈소에서 조문 가능할까 ‘눈치 싸움’도
지난 15~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조문한 인사들의 옷깃에는 ‘초록색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이는 경호처에서 허가된 조문객에게 붙여준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삼일 가족장으로 치른다며 조문과 조화를 사양한다고 밝혔으나, 각계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출입이 허가된 인사 중에는 눈에 띄는 인물이 많았다. 우선 야권 인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오전 조문했다.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제외하곤 조문객 중 야권 인사가 많지 않았던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지인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를 만큼 매우 가깝게 생각하는 사이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구에서 근무할 때 자주 만났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전 총리는 야권 인사임에도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빈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고인께서 우리 또래들을 가르치시던 70년대에 이미 고인의 존함을 깊이 들어왔다”며 “고인께서 여러 학자들에게 존경을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조문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예의”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국민의힘 5선 의원인 정우택 국회 부의장도 빈소를 찾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다 중도에 그만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16일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고인의 모교 연세대와 가까운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 시절 고인과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을 “존경하는 선배”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숙한 사이였다”며 “일찍 가신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5월 윤 정부 출범 후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크게 사이가 틀어진 관계다. 그런 이 전 대표도 16일 오후 조문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갑작스럽게 비보를 듣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추모하는 분들과 함께 슬픔을 이겨내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16일 오후 모습을 보인 가수 노사연과 그의 언니인 방송인 노사봉도 눈길을 끌었다. 그들과 윤 대통령 및 고 윤 교수와의 개인적인 인연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노사봉이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지난 4월 이들 자매의 이모인 원로 가수 현미가 별세했을 때 윤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연예계에선 국민의힘 상임고문이기도 한 원로 배우 신영균도 조문했다.
경제계 인사로는 윤 정부 인수위에서 활동하다 전경련 회장 대행을 맡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조문한 데 이어 16일 손경식 경총 회장도 조문했다. 손 회장은 “(고인은) 참 좋아하는 분”이라며 “대원로가 돌아가셨으니 조의를 표했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저녁쯤 비공개로 조문했다. 이 밖에도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도 조문했다고 한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남미를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은 조전을 보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장남 노재헌 변호사도 조문했다.
전날 빈소 현장에는 기업 대관 업무를 하는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대기하며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혹시 총수가 병원에 왔다가 ‘초록색 스티커’를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롯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전광훈 목사 등도 차례로 조문했다.
고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들도 다녀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7시쯤 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직접 조문을 못 하게 돼 미안하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마음만으로 감사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외교사절 조문을 받지 않기로 한 원칙에 따라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삼일장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오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오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친의 장지는 경기도의 한 공원 묘역이다. 윤 대통령은 발인 후 최소 인원과 같이 장지로 가서 장례 절차를 마치고, 서울 돌아와서 순방을 준비한 다음 바로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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