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검찰 출석 이재명 "공포정치 종식 도움 된다면 얼마든 희생 돼 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다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속에 널리 퍼진 공포감과 두려움이 투쟁의 용기로 바뀔 수 있다면, 공포 통치를 종식하고 민주 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되어 주겠다"는 말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의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미리 준비된 단상에 올라 종이를 꺼내 입장문을 낭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이 대표가 SNS를 통해 출석 시각과 장소를 예고하면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지지층으로 북적였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의 걱정 거리를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 어려운 삶을 제대로 바꿔내지도 못하고, 정쟁으로 이런 험한 모습 보여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 제물로 삼아서 정권의 무능함과 정치실패를 감춰 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서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간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도 십일홍 (꽃은 열흘 붉다는 뜻으로 피는 시간은 잠깐이고 곧 시든다는 의미)"라면서 "어떤 혼란이 벌어져도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은 승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여러 곳에서 웅변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권에는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고,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서는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면서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는 말도 했다.
다음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 전 발언 전문.
네. 현장에 계신 시민 여러분, 먼저 반갑습니다. 인사드립니다. 이재명입니다. 조금 조용해 주시면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 어려운 삶을 제대로 바꿔내지도 못하고, 정쟁으로 이런 험한 모습 보여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서 정권의 무능함과 정치실패를 감춰 보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서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했던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국민들의 삶은 너무 나빠지는데, 우리 국민들께서 대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수십 수백명이 이유도 모르고 목숨을 빼앗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한 나라,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뉴스를 안 보는 것이 이 힘든 하루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탄식,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고개를 들기가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게 저의 부족함으로 이 검찰 독재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도 십일홍입니다.
어떤 혼란이 벌어져도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은 승리합니다. 왕정 시대 왕들조차도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다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가 권력자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바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명예나 지위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책임과 의무였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습니다.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 할 것입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가리려고 애를 써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를 받겠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널리 퍼진 이 공포감과 두려움이 투쟁의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리고 공포통치를 종식하고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되어 주겠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역사와 민주주의가 전진해왔던 것처럼 쓰러진 저를 디딤돌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어깨 걸고 전진을 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국가와 국민에 대한 기여와 헌신 아니겠습니까?
검사독재 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로지 민생입니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십시오.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습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명을 다 하는 그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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