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투자 몰리고 중국선 빠졌다

2023. 8. 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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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감축법 시행 1년
美 300조 유치, 韓기업 최다
中은 25년만에 FDI 최저치
中 부동산 디폴트 위기 확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300조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관련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거 전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며 ‘투자 블랙홀’을 자랑했던 중국은 25년 만에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며 ‘차이나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때아닌 중국발 위기에 직면하며 17일 코스피는 하락 출발해 장중 25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해 1340원을 돌파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RA와 반도체법이 발효된 지난해 8월 이후 미국에서 최소 2240억달러(300조480억원)의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제조 관련 투자가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기업들이 약속한 일자리는 총 10만여개에 이른다. ▶관련기사 4·5·6면

FT는 “바이든 대통령은 IRA와 반도체법 제정으로 미국 산업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매달 미국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IRA가 통과된 후 미국에서 270개 이상의 청정에너지 관련 신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고 분석했다. 총 투자액은 1320억달러(177조1440억원)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투자가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6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7400억달러(910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IRA에 서명했다. 같은달 10일에는 반도체 산업에 2800억달러(365조6800억원)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이 발효됐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 측면에서 IRA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레고리 웨트스톤 미국 재생에너지협회(ACORE) 협회장은 “IRA는 미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경제발전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IRA와 반도체법이 관련 기업들의 대미 투자 결정에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국내 총생산(GDP)과 생산성 및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IRA 시행 1년을 맞아 ▷전기차 공급망 및 태양광 제조 등 1100억 달러 이상의 민간 부문 투자 발표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로 17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10억t 감축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국가별로는 한국 기업들이 지난 1년간 20건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대미 투자 경쟁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기업들의 대미 투자 건수는 1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을 향한 열띤 투자 열기와 달리 중국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국가외화관리국을 인용해 지난 2분기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한 대내 직접투자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87% 감소한 약 49억달러(6조5189억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1998년 이후 최저치다.

외국 자본의 대중 직접 투자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봉쇄정책과 미중 갈등 고조로 대중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작년 2분기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IRA·반도체법을 앞세운 강력한 ‘미 우선주의’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상대적으로 대중 투자 열기를 떨어트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와 경제지표 부진으로 중국의 경제 위기 경보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고성장을 지원해 온 외국 자본의 유입 둔화는 기술패권을 둘러싼 중국의 경쟁력은 물론 남은 경제 성장동력마저 앗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위기는 한국경제에 악재다. 올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하반기에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회복을 기대했으나 중국 경기 부진 속 국내 실물지표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로 돈이 쏠리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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