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네번째 검찰 출석
李 “영장 청구땐 제 발로 출석”
檢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검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청사에 들어가기 전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수사 관련 입장을 밝혔다.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한 반박보다 현 정부를 겨냥해 비판하면서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데 초점을 맞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오전부터 이 대표 조사에 들어갔다. 이 대표 대면 조사는 최재순 부부장검사를 비롯한 반부패수사1부 검사들이 담당한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배임 혐의를 중심으로 백현동 의혹 전반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백현동 의혹은 대장동 사건과 구조가 유사한 사건으로 평가받는 사안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분양이 됐는데,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특혜를 얻고 그만큼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 이 대표였고,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었다.
검찰은 앞서 로비스트로 지목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공소장과 민간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 공소장에 정 대표의 입장이 정 전 실장에게 전달된 과정을 적었다. 2006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씨를 정 대표가 영입한 후, 부지 용도가 4단계 상향되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빠지는 등 개발업체 뜻이 반영됐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김 전 대표 공소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얻은 분양이익은 3185억원, 배당이익은 7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의 청탁이 실행되는 과정에 성남시장으로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이 대표가 보고·승인 등 관여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 15일 SNS 등을 통해 공개한 ‘검찰진술서(요약)’이란 제목의 A4 용지 5장짜리 문서에서 “1원 한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범죄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배임죄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도 사업참여 여부에 대한 경영판단을 존중해 배임죄를 묻지 않는다”며 “행정기관장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영리를 취할 의무가 있다면서 돈을 더 벌지 못했다고 배임죄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밖”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요약 진술서를 바탕으로 한 서면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구체적 질문에 대해선 서면진술 외 추가적으로 설명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대표를 여러 번 불러 조사하기 어려운 만큼 이날 최대한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사 내용을 살펴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석은 이 대표의 올해 네 번째 검찰 대면 조사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1월 10일에 성남지청에 출석했고,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1월 28일과 2월 10일에 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모두 피의자 신분 조사였다. 안대용·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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