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이어 LG도 불기소…대기업 중대재해 법리싸움 '가열'

김진성 2023. 8.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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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대기업이 기소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연이어 나오면서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사팀은 산안법 위반 혐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역시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에는 '중대재해법 위반→산안법 위반→사고 발생'이란 두 단계에 걸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성립된다는 기준이 기재돼있다.

여기에 CSO 역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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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
하이엠솔루텍에 檢 무혐의 결론
에쓰오일도 산안법 위반죄만 적용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이행→사고’
인과관계 입증해야 처벌 가능해
매뉴얼 등 체계 갖춰놓은 대기업들
수사과정서 “法 준수” 적극 주장할듯
‘CSO=경영책임자’ 사례 또 나올수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대기업이 기소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연이어 나오면서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최고경영자(CEO) 기소와 유죄 판결로 고조됐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질지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최근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과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이엠솔루텍은 지난해 4월 수리기사가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를 받아왔다. 고용노동부는 하이엠솔루텍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고용부와 달리 이번 사고의 원인을 해당 수리기사의 과실로 결론 내렸다. 이 수리기사가 즉흥적으로 예약일보다 하루 앞당겨 수리에 나서면서 일부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고층부 작업용 차량 동원 없이 혼자서 건물 외벽 밖으로 나가 실외기를 점검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사팀은 산안법 위반 혐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역시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에는 ‘중대재해법 위반→산안법 위반→사고 발생’이란 두 단계에 걸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성립된다는 기준이 기재돼있다.

앞서 지난 11일엔 에쓰오일이 중대재해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노선균)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온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의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등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번 수사과정에선 CEO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책임자(CSO)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됐다. 여기에 CSO 역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후세인 알 카타니 당시 에쓰오일 대표이사(CEO)에 대해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아람코가 선임한 외국인인데다 안전보건 관련 사항은 CSO인 이모씨에게 모두 위임했기 때문에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CSO 무혐의 처분을 두고는 “에쓰오일이 위험성 평가절차와 중대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모두 이행했고,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6개월도 안 돼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반기 점검 의무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선 검찰의 연이은 불기소 결정이 앞으로 다른 대기업의 중대재해 사건에도 적용될 지 주목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절차와 사고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해놨다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대형로펌 산업재해 담당 변호사는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진하면 중대재해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경우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검찰이 보여줬다”며 “검찰이 정황과 증거를 깐깐하게 따져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SO가 실질적으로 안전관리 업무권한을 가졌다면 CEO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외국인 CEO를 둔 예외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CSO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된 선례가 생긴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재된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람’을 어떻게 해석할 지를 두고 더욱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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