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느리게” 엘리아스 향한 어린왕자의 간곡한 주문…ML 133억 좌승사자를 왜 떠올렸을까

조형래 2023. 8. 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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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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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체인지업 구속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직구 타이밍에 다 걸린다.”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떨쳤던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레아스(35)에게 끊임없이, 그리고 간곡하게 하는 주문이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의하면 엘리아스는 패스트볼 45.4%, 체인지업 30.4%를 구사했다. 두 구종의 구사 비율이 75.8%에 달한다. 슬라이더 18.9%, 커브 4.9%를 추가적으로 구사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패턴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다.

위력적인 패스트볼에 매력적인 체인지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엘리아스의 이런 장점들이 시즌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는 듯 하다. 12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4.10(68이닝 31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6번을 던졌지만 WHIP(이닝 당 출루 허용)가 1.53이고 특히 피안타율이 3할1리에 달한다. 9이닝 당 볼넷은 3.18개로 준수한 편이지만 피안타가 많다.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게 기록에 드러난다.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투구수도 86개로 많았다. 

김원형 감독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원형 감독은 이 점을 꾸준하게 지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어느 정도 구속 차이가 있어야 한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기는 하지만 비율이 적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 생각하고 들어오니 단순해지는 것이다. 타자들은 중간 타이밍에서 같이 치는데 체인지업이 잘 형성되면 모르겠지만 존으로 들어오면 대부분 방망이에 걸린다. 상대 입장에서는 복잡하게 생각 안해도 되니 쉽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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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엘리아스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4km,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136km다. 140km에 가까운 체인지업도 종종 보이기에 김원형 감독은 이 지점이 답답하다. 구체적인 자료들을 보여줬지만 쉽사리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리그에서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뽑아봤다. 구속도 빠르고 무브먼트 형성도 떨어진다는 것을 엘리아스에게 직접 보여줬다”라며 “체인지업도 빠르면 좋다. 낙폭이 있어야 한다. 무브먼트가 낮게 뚝 떨어지면 정말 큰 무기다. 근데 느린 패스트볼처럼 오면 패스트볼 타이밍이 다 맞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NC전에서는 6이닝 2피안타 2볼넷 2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모처럼 호투를 펼쳤다. 이때는 슬라이더도 많이 구사했고 체인지업 구속도 130km 초반대로 떨어뜨려서 좋았다는 게 김원형 감독의 생각. 하지만 “엘리아스도 잘 듣고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잘 안된다. 강약조절이라는 것은 투수들이 불안해서 못하는 것이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하나의 예를 들었다. 과거 롯데 투수코치 시절 함께하고 지도했던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였다. 롯데 역대 최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레일리는 좌타자들에게는 악몽을 선사했던 ‘좌승사자’였지만 우타자들에게는 그 위력의 절반도 선보이지 못했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했지만 엘리아스처럼 빠른 체인지업을 던졌기 때문. 

2017년으로 시계를 돌리면서 김원형 감독은 “137~138km짜리 체인지업을 던지면 패스트볼 타이밍에 다 걸린다. 2군에서 132~133km짜리 체인지업을 만들어 와라”라고 요구했는데 2군에 갔다온 뒤 그걸 정말 만들어서 왔다”라며 이후 달라졌던 레일리를 떠올렸다. 

롯데 시절 브룩스 레일리와 김원형 당시 코치 /OSEN DB
롯데 시절의 레일리 /OSEN DB

실제로 레일리는 2017년 6월7일 NC전 3⅓이닝 4피안타(2피홈런) 5볼넷 5탈삼진 6실점의 부진을 뒤로하고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18일에 돌아왔다. 복귀 첫 등판에서 4⅓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다시 부진했지만 이후에는 뭘리티스타트가 기본이었던 피칭들을 선보였다. 1군 말소 전 12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5.32였던 성적이었지만 돌아온 이후에는 18경기 10승1패 평균자책점 2.97의 특급 성적을 찍었다. 

체인지업을 제대로 장착한 레일리는 승승장구했다. 2018~2019년 다시 부침을 겪었지만 한 번 제대로 배워놓은 체인지업은 두고두고 써먹을 ‘비기’가 됐다. 

2020년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레일리는 좌승사자로서 강점은 유지하고 체인지업까지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되면서 특급 불펜이 됐다. 올해는 뉴욕 메츠 소속으로 체인지업 14.6% 정도를 구사하면서 피안타율 8푼3리를 기록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레일리는 지난해 탬파베이와 2년 1000만 달러(약 133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에서 유턴한 투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이후 메츠로 트레이드됐고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았다. 

SSG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3위 KT에 1경기 차이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가을야구는 확정적인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엘리아스의 도드라지는 약점이 분명 발목을 잡을 것이다. 더 이상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도 활용할 수 없다. 과연 엘리아스는 김원형 감독의 간곡한 주문을 제대로 이행하고 본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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