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 참전’ 이근, 1심 징역형 집행유예

지난해 3월 우크라 외국인 부대 합류
여권법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관련 여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근 전 대위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8.17.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겠다며 방문이 금지된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근 전 대위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17일 여권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사회봉사와 40시간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인 이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 출국해 우크라이나 외국인 부대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합류했다. 그는 전장에서 다쳐 같은 해 5월 치료를 받으러 귀국했다가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은 외교부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된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혐의로 지난 1월 이씨를 기소했다. 이씨는 재판에서 “여권법을 위반한 데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간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시내에서 차를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사고를 낸 뒤 구조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특가법상 도주치상)도 있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도주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상해를 당했다고해도 이씨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정 판사는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며 의용군으로 참여한 것은 이씨 의도와 달리 국가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가 당한 상해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3월 이 사건 재판을 방청하러 온 유튜버 이준희(활동명 구제역)씨와 시비가 붙어 법정 밖 복도에서 그를 때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6월 이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