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한반도 관통한 태풍 카눈, 무엇이 달랐을까?

안혜민 기자 2023. 8.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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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태풍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태풍 카눈은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해 한반도를 천천히 관통했습니다. 마부뉴스 분석 결과 1884년부터 2023년까지 남해안에 상륙해 충청권을 통과한 태풍은 15개뿐이었습니다.

· 전문가들은 태풍의 경로에 영향을 주는 제트기류와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이례적인 이동 경로가 나타났다고 분석합니다.

· 태풍 카눈의 평균 이동속도는 한반도를 관통한 15개 태풍 중에서도 가장 느렸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이동속도를 제어하는 지향류에 변화가 생기면서 태풍의 이동속도는 과거에 비해 느려졌습니다.

· 지난 7월은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을 세웠습니다. 해수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에 영양분이 되는 수증기 양도 늘어납니다. 그 영향으로 태풍의 극한 강수 비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간 잘 지냈나요? 혹시 태풍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지난주에 태풍 카눈이 이례적으로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했습니다. 정부는 카눈을 대비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3단계로 격상했고, 태풍 위기 경보도 심각 단계로 상향해 대응했습니다. 8월 10일 오전 9시 20분경에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천천히 관통하면서 곳곳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태풍 카눈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보려고 합니다. 무언가 과거와는 달라진 태풍의 모습에서 이상한 께름칙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마부뉴스에선 과거 태풍 데이터를 가지고 이번 태풍 카눈이 무엇이 달랐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태풍을 겪게 될지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태풍 카눈은 무엇이 달랐을까?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훑으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100㎜ 이상의 비가 내렸어요. 강원 영동 지방이나 경상도 일부 지역에선 최다 강수량과 일강수량 신기록을 기록하기도 했죠. 일단 속초에선 1시간에 91.3㎜, 하루에 368.7㎜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수치는 1968년 관측 이래로 8월에 내린 비 중 가장 많은 비였습니다. 속초뿐 아니라 창원, 강릉, 경주에서도 8월 하루 강수량 극값을 경신했죠.

특히 대구광역시 군위군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피해 상황이 심각했는데, 정부는 두 지역을 우선적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태풍 피해 조사가 마무리되면 기준을 만족하는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전국적으로 361건의 시설 피해가 집계됐고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도 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전국에 걸쳐 폭우를 뿌리고 피해를 준 태풍 카눈은 우리가 겪어왔던 과거의 태풍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태풍의 경로가 상당히 이례적이었죠. 보통의 태풍들은 우리나라 남쪽 태평양에서 발생해서 왼쪽으로 북상하다가 오른쪽으로 진로를 틀기 마련인데, 태풍 카눈은 말 그대로 한반도를 수직 관통했어요. 이렇게 움직임을 보인 태풍이 과거에 많지 않았던 만큼 각 지자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여태껏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은 얼마나 될까요? 마부뉴스가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IBTrACS 자료로 분석해 봤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1884년부터 현재까지의 태풍 경로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거든요. 140년간의 태풍 데이터 중에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해 충청권을 통과한 태풍을 골라냈더니 모두 15개의 태풍이 나왔어요. 1945년 태풍 에바부터 올해 태풍 카눈까지. 한 해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평균 3.4개 정도니까 단순 계산해 보면 476개의 태풍이 있을 텐데, 그중 단 15개뿐이라니 상당히 적죠. 왜 이런 걸까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로 태풍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2개의 장치가 있기 때문이죠. 하나는 제트기류고 또 하나는 북태평양고기압입니다. 처음 태풍이 만들어지는 곳인 적도 부근에선 무역풍의 영향을 받습니다. 무역풍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기 때문에 초기의 태풍은 왼쪽 방향으로 북상하죠. 그런데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아 오른쪽으로 부스터를 받습니다. 거기에 우리나라 부근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딱 버티고 있으면, 태풍은 어쩔 수 없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거죠.

그런데 두 녀석이 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태풍을 오른쪽으로 밀어낼 부스터가 약해지고, 길 역할을 해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변한다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태풍 궤적대로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예년과는 다른 이상한 경로로 이동하는 태풍들 중에 상황이 맞으면 이번 카눈처럼 대한민국을 수직으로 관통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느림보 태풍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태풍 카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느리다는 겁니다. 보통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해서 머무는 시간은 6~10시간 정도인데 이번 태풍 카눈은 약 16시간을 머물렀어요. 육지에 머무른 시간도 길었지만 애초에 바다에서도 이번 태풍의 속도는 상당히 느렸어요. 2002년에 우리나라를 통과해 엄청난 피해를 남겼던 태풍 루사 기억나나요? 이 녀석은 세기도 세기였는데, 속도가 상당히 느려서 피해 규모를 확 늘렸거든요. 아래 그래프에서 태풍 루사와 이번 카눈의 이동속도를 비교해 봤습니다.

참고로 태풍의 이동속도는 IBTrACS 자료를 가지고 계산했습니다. IBTrACS 데이터는 3시간 간격으로 태풍의 위치(위도, 경도)를 측정하는데, 그 시간 동안 태풍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계산해서 이동속도를 산출해 냈어요. 관측 시점이 3시간 간격인 탓에 실제 각 국의 기상청에서 측정한 자료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상륙 9일 전부터 상륙일까지 태풍 카눈과 루사의 이동속도를 비교해 보면 카눈이 훨씬 느려요. 앞서 마부뉴스가 골랐던 한반도를 관통한 15개의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해 봐도 카눈의 속도는 '역대급'이죠. 태풍 탄생 초기부터 소멸 때까지의 이동속도 평균을 계산하면 카눈의 이동속도는 13.6㎞/h가 나옵니다. 이 속도는 15개 태풍 중 가장 느리죠. 육지로부터 1,000㎞ 정도로 근접했을 때의 이동속도를 계산해도 카눈이 11.2㎞/h로 가장 느렸어요.

카눈처럼 느린 태풍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서 발간한 논문을 살펴보면 태풍을 포함해 열대성 저기압들의 이동속도가 느려졌다는 결과도 있죠. 논문을 살펴보면 1949년부터 2016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들의 이동속도가 10%나 느려졌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북태평양 서부 지역이 20%로 가장 많이 둔화됐고요.
Q. 열대성 저기압들의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를 제어하는 건 지향류라고 부르는 바람입니다. 지향류는 열대성 저기압 주변에 형성된 대기의 흐름을 말하죠.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으로 치면 제트기류가 지향류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지향류에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특히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는 제트기류는 북극의 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기가 많이 약해졌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중국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파괴력이 더 커졌다는 논문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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