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이재명 "없는 죄 조작하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

4번째 검찰소환 앞두고 입장 발표…"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소환에 앞서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면서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서서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는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반갑다. 이재명이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 어려운 삶을 제대로 바꿔내지 못하고 정쟁으로 이런 험한 모습 보여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면서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크다"면서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라"고 했다.

그는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면서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 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당당하게 (국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지난 2014∼2017년 성남시가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아파트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민간업체에게 3000억 원대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특혜 제공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인허가권을 행사해 결과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최근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이다. 정 대표는 지난 달 재판에서 "김인섭 씨가 백현동 사업 부지와 관련해 200억 원을 요구했다"며 "절반은 본인이 갖고 절반은 두 사람(이재명·정진상)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이 대표 소환 조사를 위해 총 250여 장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는 백현동 사건을 담당하는 반부패수사1부의 최재순 부부장검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줄곧 결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다"면서 페이스북에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였다", "실무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한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 뒤 구체적인 답변은 거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있었던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 당시에도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 뒤 검찰 측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혼자 출석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석 시간과 장소를 기입한 포스터를 올려 '지지자 총동원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