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 죽음으로 '소방서 옆 경찰서2'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화재로 소실된 현장은 뉴스로만 봐도 참담하다. 인명사고까지 이어지는 대형 화재 현장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그 불을 잡기 위해 화염 속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이야기까지 전해 듣게 되면 가슴이 더욱 저릿저릿 아파온다.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극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극본 민지은, 연출 신경수)도 그렇다. 시즌1에서 맹활약한 소방관 봉도진(손호준)이 시즌2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순직하면서 충격 여파가 상당하다.
지난해 말 '소방서 옆 경찰서'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시즌1은 재난, 사고, 범죄 발생 시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들의 활약상으로 끈끈한 팬층을 확보했다. 화재를 잡는 소방관과 범인을 잡는 경찰관, 그리고 응급의료를 위해 사건 현장에 함께 하는 구급대원까지 서로 밀고 당기며 공조하는 팀플레이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덕분이다.
형사 진호개(김래원)는 툭하면 미친개라 불릴 정도로 늘 현장을 소란스럽게 만들지만, 진실을 파헤치고 말겠다는 투철한 집념이 범인 검거로 이어지면서 봉도진과 구급대원 송설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졌다. 목숨을 내놓고 임무를 다 하는 사명감 넘치는 주인공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며 화마를 잡고, 범인을 잡고, 사람을 구하는 데 한 마음이 됐다. 한 시즌 동안 시청자들까지 같은 마음이 되며 한 팀이 됐다.
뿐만 아니라 러브라인까지 더해지며 시즌1의 긴장감을 한껏 조여 놓았던 터다. 진호개와 봉도진이 모두 송설에게 마음이 있는 가운데 송설 역시 두 사람에게 남다른 감정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품게 했다. 여기에 봉도진에게 매력을 느낀 국과수 법의관 윤홍(손지윤)이 봉도진에게 국과수로 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에 '그리고 국과수'가 추가된 시즌2는 봉도진이 국과수로 옮겨가 새로운 방식으로 한 팀이 되는 것인가 기대감이 높았다. 송설을 위해 프러포즈 반지까지 준비한 봉도진이지만 국과수에는 윤홍이 있는 만큼 사각구도로 드라마가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시즌1에서 매듭지어지지 않고 시즌2로 이어진 연쇄방화범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가운데 봉도진의 어린 시절 사연이 겹쳐 등장하면서 봉도진과 연쇄방화범 사이에 악연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등 여러 모로 봉도진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이렇듯 봉도진에게 관심이 치솟던 차에 시즌2 3회만에 봉도진이 화마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현장을 탈출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대원들을 지키고 방화의 증거를 지키기 위해 남은 시간을 다 썼다. 아까운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연쇄방화범을 잡으려는 불도저(봉도진의 별명)다운 선택이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진 팬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봉도진의 시신을 국과수에 인도하는 진호개가 "나라고 괜찮은 줄 알아! 한 사람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할 것 아냐!" 하고 토해내듯 파트너 공명필(강기둥)에게 일갈한 게 각성효과를 일으켰다. 봉도진이 꼭 희생됐어야만 했나, 손호준이 하차해야만 했나 아쉬워하며 넋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정신을 부여잡고 지켜보는 힘을 불어넣었다.
그 힘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을 곱씹을 수 있게 하면서 봉도진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했다. 드라마는 소방관의 목숨값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면서 봉도진의 죽음이 남긴 것이 무엇이냐는 연쇄방화범의 질문에 "아이를 살렸다"는 독고순(우미화) 태원소방서장의 답변으로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결국 손호준의 하차는 드라마를 향한 관심을 한껏 끌어올리며 궁극적으로 시즌2를 더욱 조명받게 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진호개로 인한 각성이 있기 전에도 드라마의 추진력은 줄곧 미친 듯 날뛰며 범인을 쫓는 진호개였다. 능글능글 웃으며 껄렁껄렁 행동하다가도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부리부리한 눈빛을 번뜩이는 김래원의 강한 흡입력이 드라마를 이끄는 주축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몸을 날릴지언정 힘을 뺀 김래원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게 했다.
김래원이 널을 뛰는 동안 손호준과 공승연이 묵묵히 균형을 맞추는 식이었다. 특히 김래원이 천방지축으로 매력을 풍기면 손호준은 특유의 짠내 나는 매력으로 보조를 맞췄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하는 공승연은 천사 같은 미모에 남다른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나이팅게일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죽은 봉도진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 진호개에게 다가가지 못하겠다고 울먹이는 송설을 두고 진호개가 툭하고 고백을 하는 4회 속 장면도 드라마 속 세 사람의 역학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국과수 이야기를 키우려 한다. 4회부터 본격 등장한 강도하(오의식)가 봉도진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모양새다. 전직 공군 EOD(폭발물 처리반) 반장이었던 강도하가 국과수에 들어가 과학수사팀 봉안나(지우)의 현장감식과 국과수 윤홍의 부검을 돕는 냉철한 머리가 될 예정이다.
김래원-공승연-손호준의 삼각 케미스트리로 끈끈했던 시즌1에 이어 오의식이 새롭게 투입된 시즌2에서는 배우들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재 잡는 소방과 범죄 잡는 경찰에 증거 잡는 국과수까지, 누구보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사명감 높은 직업의 세계가 한 데 어우러져 극강의 긴장감부터 통쾌한 카타르시스까지 다양한 감정을 변주할 것으로 보인다. 총 12회로 구성된 시즌2가 이번 주말이면 반환점을 도는 만큼 휘몰아치는 전개를 기대하면서 정신 단단히 차리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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