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獨마이너스 금리에 터졌던 DLS... 저위험 상품으로 다시 인기몰이

김효선 기자 2023. 8. 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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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기초자산 DLS 발행액 급증

개인투자자 김창명씨는 지난 7월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파생결합증권(DLS)을 추천받고 1억원을 가입했다.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CD91일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큰 폭의 변동성이 있지 않은 이상 연 4%대 중반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김씨는 “예전에 DLS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 나온 상품은 사실 원금 보장 가능성이 높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면서 “추가 투자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DLS 발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것은 금리형이다. 올해 들어 발행된 금리형 DLS는 지난해 1년치 발행 금액보다 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과거 금리형 DLS를 앞다퉈 내놨다가 독일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는데, 최근에는 수익률은 더 낮추더라도 원금보장형에 가깝게 설계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DLS는 국제유가나 금, 은 등 원자재와 채권금리, 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연 3~10%의 약정된 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비이자이익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시중은행의 욕심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리형 DLS는 총 25개 발행됐다. 발행 금액은 150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리형 DLS 발행 금액(363억원)의 5배에 달한다. 금리 DLS 인기는 올해 들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2019년 1조805억원 이상 발행됐던 금리 DLS는 독일 마이너스 금리 사태가 터진 이후 2020년엔 2710억원으로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금리 DLS 발행 금액은 2860억2401만원으로 2020년과 비슷했는데 지난해 다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363억4454만원으로 급감했다.

금과 은·석유 등 원자재형 DLS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발행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도 상품·원자재형 DLS 발행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발행금액은 300만원이었다. 지난 2019년에는 원자재형 DLS가 240건, 3934억원 어치 발행됐었다. 2020년에도 원자재형 DLS 발행 종목 수는 45개, 발행 규모는 835억원이었다. 코로나 사태 당시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설 정도로 혼란을 겪자, 그 이후 사실상 상품이 사라진 것이다.

금리형 DLS는 공모와 사모 2가지로 나뉜다. 만기일은 3개월부터 1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사모에는 하나증권의 하나증권9139(사모/DLS), 신한투자증권의 신한투자-DLS-0889등이 최근 발행됐다. 공모에는 CD91물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하이투자증권의 하이투자증권 152(DLS), KB증권의 KBable309(DLS) 등이 있다.

금리형 DLS는 지난해 말 이후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금리형 DLS 수요가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금리의 우하향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일반 채권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의 경쟁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금리형 DLS라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안정성이 많이 보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DLS는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런 약점 때문에 지난 2019년에는 독일 금리가 급락하면서 해당 금리를 연계로 만든 DLS 상품이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로 DLS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독일 국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90% 이상 원금 손실을 입었다. KEB하나은행의 DLS 상품은 미국·영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와 연동됐었는데, CMS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해당 DLS 상품이 금리가 일정 구간 밖으로 벗어나면 투자 원금 전부를 잃을 가능성이 있도록 설계됐었기 때문이다. 당초 해당 DLS를 판매할 당시에는 금리가 마이너스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4~5%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금리가 예상 밖으로 급락해 버린 것이다.

2020년에는 유가 DLS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할 당시 러시아의 반대로 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증산을 발표하자 WTI 국제유가 선물이 장외시장에서 폭락, 마이너스 국면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국제유가 DLS가 낙인(손실구간 진입)으로 투자자들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최근에는 DLS가 일정 구간을 벗어나도 손실이 과거만큼 크지 않도록 설계됐다. 하이투자증권의 151호 DLS의 경우 만기 평가일에 기초 자산이 10% 이하인 경우 연 환산 4.21%를 이익으로 얻을 수 있다. 만기일에 기초 자산 가격이 10%를 초과하면 마이너스(-) 0.38%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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