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번째 검찰 출석…“회기 중 영장청구 ‘꼼수’ 포기하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이 대표는 4차례 검찰에 출석하게 됐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10시25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쪽 정곡빌딩 앞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 조사, 열번 아니라 백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며 “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 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분 뒤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도착한 이 대표는 ‘조사에 임한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와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질문 하나만 더 받아달라’, ‘오늘 조사도 서면으로 갈음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바로 검찰청 내부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최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백현동 부지에 대한 한국식품연구원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 변경 요청과 달리 용적률이 더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2014년 12월 변경된 점이나,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이 배제돼 민간업자가 3142억원에 달하는 개발 이익을 모두 가져가게 된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백현동 개발 업자 정아무개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이 대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인섭 전 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해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15일 요약된 검찰 진술서를 내고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 로비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용도변경 시작 이유라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도시기본계획상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었다. 정부 요구를 들어줄 유일한 방법은 준주거지역 지정뿐’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성남도공 배제’ 의혹에 관해서는 “용도변경 조건으로 성남도공 개발사업 지분참여를 결정한 바 없다”며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배임 동기’와 관련해서는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배임을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로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4차례가 됐다. 지난 1월에는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말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고, 2월에도 같은 사건으로 한 차례 더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사건을 묶어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추가 조사를 진행할지,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전문] 이재명 대표 입장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큽니다.
수십 수백명이 대책 없이 죽어 나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이 만연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에서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습니다.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체념,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소리에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 역사입니다.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성취한 우리 국민입니다.
당장은 폭력과 억압에 굴복하고 두려움에 떨지 몰라도
강물을 바다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반드시 떨쳐 일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되돌려놓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권력자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습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은 드러납니다.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널리 퍼진 두려움과 무력감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역사와 민주주의가 전진했던 것처럼
쓰러진 저를 디딤돌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어깨 걸고 전진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 아니겠습니까?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입니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십시오.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습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 8. 17.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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