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미친거 아냐" 그때 그 투수, 발상의 전환이 만든 역전 그랜드슬램 "시환이 너무 잘쳐 물 건너간 홈런왕, 목표는 우승 뿐"[현장 인터뷰]

정현석 2023. 8. 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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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와 타자는 상대성이 있다.

"아 솔직히 처음에는 볼넷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대우 형한테 안타를 친 적이 없어서 초구 볼을 던지길래 이거 볼넷 한번 나가게 치지 말아볼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전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기 때문에요. 그런데 2구째 스트라이크가 되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1타점(동점타)이 아니고 2타점(역전타)이 더 중요한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좀 적극적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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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적 후 첫 만루홈런으로 역전승을 이끈 박동원.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수와 타자는 상대성이 있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부담스러운 투수가 있기 마련. LG 포수 박동원에게 삼성 잠수함 김대우가 딱 그런 투수다.

2013,2014년 넥센 시절 잠시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사이. 김대우가 삼성으로 이적 후 12차례 만남에서 11타수무안타. 딱 하나의 희생타가 의미있는 결과의 전부였다. 지금은 상무에 있는 박승규의 2020년 6월12일 대구 슈퍼캐치 당시 "미친 거 아니야"라며 어이 없어 했던 바로 그 장면. 그 당시 타자 박동원이 상대한 투수가 바로 김대우였다.

"그 때가 그 형(김대우)한테 친 유일하게 잘 맞았던 타구였습니다."

'천적'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1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14차전.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박동원은 1-2로 뒤진 6회초 2사 만루에 세번째 타석에 섰다. 상대 투수는 바로 김대우.

초구는 슬라이더 볼. 2구는 투심 스트라이크였다. 박동원의 머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 솔직히 처음에는 볼넷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대우 형한테 안타를 친 적이 없어서 초구 볼을 던지길래 이거 볼넷 한번 나가게 치지 말아볼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전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기 때문에요. 그런데 2구째 스트라이크가 되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1타점(동점타)이 아니고 2타점(역전타)이 더 중요한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좀 적극적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만루 LG 박동원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16/

볼카운트 2B2S. 5구째 126㎞ 가운데로 몰린 커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을 빼면서 기술적으로 당겨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타구속도 160㎞의 비거리 120m 만루 홈런.

단숨에 5-2 리드를 안기는 시즌 18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6번째 그랜드슬램. LG 이적 후 첫 만루홈런이 중요한 순간 터진 역전 그랜드슬램이었다.

"다리를 왜 뺐는지 기억도 안 나요. 운이 좋았어요. 가운데 오는 바람에 또 좋은 타구가 나왔죠."

LG 염경엽 감독이 "연승 후 연패가 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는데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너무나도 중요했던 경기. 홈런 치는 포수 박동원의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맞대결에서 11타수무안타로 단 1안타도 없던 김대우 상대 첫 안타가 만루 홈런이었다. 2회 동점 타점까지 3타수2안타로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만루 LG 박동원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16/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만루 LG 박동원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선행주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16/

4,5월 13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홈런 1위를 질주했던 박동원. 6,7월 각각 1홈런에 그치며 주춤했던 그가 8월 들어 3개의 홈런을 치며 다시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전에는 계속 내야를 못 넘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거든요. 공이 안 나가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계속 포인트가 앞에서 잘 맞았었는데 어느 순간 포인트가 앞에서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장타가 많이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연습을 계속 꾸준히 잘 준비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천적을 극복하고 팀에 소중한 승리를 안긴 천금 같은 한방. 키움 시절인 2021년 커리어하이인 22홈런에 4홈런 차로 바짝 다가섰지만 박동원은 "오직 생애 첫 우승포수만 생각한다"고 말한다.

"커리어하이 홈런이야 좋지만 일단은 우승 먼저 해보고 싶어요. 제가 홈런 커리어하이 한다고 홈런왕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 노시환 선수가 워낙 잘 치고 있어서 홈런왕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니까요. 우승하면 골든글러브든 뭐든 하나 따라올 수도 있겠죠. 우승이 첫번째인 것 같아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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