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환자마다 다른 이유는?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 후 맞는 치료제 찾아 투약
암 진단이 사망선고와 다름 없게 여겨졌던 예전과는 다르게 암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가장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영역은 약물을 이용한 항암치료다. 같은 암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특징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약물 항암치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암 치료의 방법은 크게 국소치료와 전신치료로 나뉜다. 1기를 포함한 초기 암 등 낮은 병기의 암은 수술절제를 포함한 국소치료가 주된 치료법이지만, 2~3기 이상의 진행성 암과 원격전이를 동반한 전이성 암(4기)은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에 대한 전신 약물치료는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인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개발됐고, 일부 약물은 지금도 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충렬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단어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 대한 영향도 큰 단점이 있다”며 “주로 골수나 모발 장내 상피세포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세포독성 항암제 사용에는 설사‧점막염‧구역‧구토 등의 위장관계 증상,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등의 부작용이 흔히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표적치료제=암세포의 유전자(DNA) 구조가 밝혀지고 1990년대 이후 분자생물학 등의 발전에 따라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됐다. 이후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고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 계열의 약물은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해 암세포에 대해 보다 높은 특이성을 갖기 때문에 정상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표적치료제는 크게 경구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암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돌연변이와 세부 아형(분류)에 따라 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제들이 사용된다.
◆몸 속 면역체제를 활용한 면역관문억제제는?=2010년 이후에는 암의 발생과 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이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면역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 혹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이른바 ‘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됐는데, 이러한 약물들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고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킨다.
즉 직접 암세포에 작용해 독성을 나타내는 기존의 약물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만큼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면역기능이 과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각 환자별 맞춤식 약물 선택이 중요=진행암 환자의 치료에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각 환자별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 혹은 약제들의 조합을 찾아내어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암의 종류나 특성이나 질병과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개별화‧세분화해야 하며, 심지어는 같은 암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현여부 등에 따라서 사용하는 약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단적인 예로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경구 표적치료제를 복용할 수도 있고, 면역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으며,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환자도 있다.
오충렬 교수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가운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각각에 해당하는 경구 표적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별다른 표적치료 대상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암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PD-L1’ 발현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혹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합해서 투약한다”며 “특히 PD-L1 발현도가 50% 이상으로 높은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치료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이 고형암의 치료에 있어 유전자 정보분석 기술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가 활발해지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개별화된 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같은 암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는 달리, NGS 검사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오 교수는 “암이 진단됐더라도 개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절망하지 않고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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