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경기 중 비수가 아닌 묘수의 말, 왜 필요한가?

김덕기 2023. 8. 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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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선수는 90분 경기동안 무형의 볼을 매개체로 상호간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펼친다. 여기에 팀 전술, 전략 수행은 물론 상대에 대한 대응, 대처 수단까지 그야말로 선수에게 부여된 임무와 책임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수가 안정감을 가지고 팀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정신적, 심리적 위축에 의한 신체의 부자연스러움까지 초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실수 등을 비롯한 부적절한 플레이를 유발시켜 경기 승패에 영향을 가져다 준다. 그렇다면 경기 중 말은 선수와 지도자에게 필수 조건에 해당된다.

우선 선수가 경기에 필요한 말을 많이하게 되면 긴장감과 더불어 부담감을 해소시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이 여유로움은 모든 플레이의 원활함을 제공해 주며 더불어 자신감 고취는 물론 넓은 시야까지 확보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분명 경기에서 말을 많이하는 선수는 이를 앞세워 한편으로 동료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또한 단점을 개선시키도록 하는 팀 리더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역할을 한다. 반면 지도자의 말은 팀과 선수를 춤추게 한다. 경기에 대한 더욱 높은 긴장감과 부담감을 갖게 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선수다.

결국 이로 인하여 선수는 지도자가 추구하는 전술, 전략적 축구 구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전적으로 경기에 임한 선수의 생각 부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즉, 경기에 임한 선수는 팀 전술, 전략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의 말은 질책보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칭찬과 격려의 말이어야 한다. 선수는 신이 아니며 아울러 지도자의 축구 철학을 완벽히 구현해 낼 수 있는 전지 전능한 절대자의 존재 역시 아니다. 오직 배우고 익힌대로 이를 경기장에서 수행하려는 피교육자일 뿐이다. 이에 지도자는 '피교육자는 춥고 배고프고 졸린다'라는 말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있다.

피교육자인 선수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며 또한 최고의 집중력 역시 갖기 어렵다. 이런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게 지도자의 질책까지 더해진다면 선수는 그야말로 공황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지도자가 아닌 선수가 한다. 따라서 지도자가 주지해야 할 사항은 선수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비수가 아닌 묘수의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도자가 또 한 가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기 중 벤치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지도자가 벤치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며 모든것을 지배하려 한다면 선수는 집중력을 잃게되며 팀 전체적인 팀 분위기 역시 산만함에 빠질 수 있다. 말은 때로는 좋은 작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축구에서 말의 가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선수가 경기에 필요한 말을 많이하는 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능동적인 가운데 플레이도 적극적이다. 반면 말이 적은 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수동적이며 플레이도 소극적이다. 이런 성향의 팀 스타일은 지도자의 말에 의한 지도력과 무관치 않다. 경기에서 지도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지도력은 약 20%에 불과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선수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은 약 80%에 해당된다. 이런 수치상 승패 관건을 직시해 볼 때 경기에서 말이 많아야 할 주인공은 지도자가 아니라 선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염두에 두지않고 지도자가 경기 중 상황과 분위기에 따른 핵심적인 작전과 전술에 대한 지시와 요구 외에 모든것을 관여한다면 단언컨대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축구는 90분 경기동안 '천변만화'가 펼쳐져 선수와 지도자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말은 필요하지만 그 말이 경기에 필요한 말이 아니고 비수의 말이라면 이는 원하지 않았던 승패 결과를 받아들게 될것은 틀림없다.

경기는 단 한 경기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말을 동반한 경기 소화에 선수는 경기 후 자기 반성에 의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지도자는 분석에 의한 다음 경기 승리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 꼭지점에 경기 후 말을 통한 선수와 지도자 간 소통은 믿음에 의한 자신감을 고취시켜 팀과 선수를 성장시키며 지도자에게는 경험을 통한 묘법의 지도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이 만큼 축구에서 말이 갖는 가치성은 축구 구성 요소인 그 어떤 좋은 전술, 전략보다 뛰어나다. 이에 선수와 지도자는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묘수의 말을 습관, 버릇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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