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관객수=연기평가로 보여지는 것 두려워 20년간 영화 못해" [인터뷰M]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를 통해 2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희선을 만났다.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희선은 극외향 성격에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미혼모로 제과 연구원 치호와 특별한 인연을 쌓아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너무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김희선은 "제 잘못이 크다"라며 복귀에 20년이 필요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20년 전 김희선이 마지막으로 영화를 했던 시절에는 관객 수가 배우의 책임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고. 관객 수가 연기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는 게 두려워 제안이 와도 선듯하겠다는 말을 못 했다는 그는 "그 사이에 영화 제안은 많았지만 제가 소속사 대표 에세 좀 이따 하고 싶다고 말했고, 대표도 부담을 주지 않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라며 부담감을 떨쳐내고 용기를 내는데 시간이 필요했음을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도 겁이 나고 시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 결정을 한 데는 이한 감독의 정성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먼저 들어온 시나리오도 있었고 이 작품은 편하게 제 자신으로 연기해도 될 것 같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감독님께 시간을 좀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A4용지 빼곡히 여러 장에 걸쳐 손 편지를 써주셨더라. 2장은 손 편지였고 또 다른 편지에는 혹시나 손글씨를 못 알아볼까 봐 타이핑을 한 편지였다. 내가 '일영'을 연기해야 하는 이유를 쭉 열거하시고, 식당 문을 열고 감독님과 미팅하기 위해 들어오는 내 모습이 바로 '일영'이었다며 정말 같이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게 너무 성의 있고 귀여웠다."라며 이한 감독이 김희선을 캐스팅하기 위해 어떤 정성을 들였는지를 공개했다.
김희선은 "나를 이렇게까지 캐릭터로 봐 주시고 나를 원하시는데, 내가 뭐라고 고민을 하나 싶더라. 게다가 유해진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나. 워낙 유해진과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고 달달한 로맨스라고 하길래 감독님께 시간 끌어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일영'이를 하겠다고 했다."라며 20년 동안 움직이기 힘들었던 마음을 바꿔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달짝지근해'에 출연할 수 있게 김희선을 잡아당긴 또 하나의 요인 유해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유해진이 처음에는 샤이한 면이 있었는데 친해지고 나니 농담도 많이 하고 밝은 사람이더라. 어색하고 어려운 걸 싫어하는 성격이 잘 맞아서 첫 촬영부터 말도 놓고 오빠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낸다. 지금은 몇 작품같이 한 사람처럼 말도 잘 통하고 코드가 비슷하다."라며 유해진과 현재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했다.
또 "유해진은 촬영이 없는 날에도 저를 응원해 주러 현장에 오는 분이더라. 워낙 연기도 잘 하셨지만 그런 모습이 '치호' 그 자체였다. 저도 시간이 갈수록 '일영'이 되어갔지만 '치호' 덕분에 쉽게 '일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유해진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현장에서 '치호'와 '일영'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역할에 몰입했었다. 그 덕에 캐릭터로 3~4개월을 살수 있었고 오래 안건 아닌데도 서로 진정성을 담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며 현장에서 서로의 케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알렸다.
완성본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유해진의 눈물 연기 때문에 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따라 울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하며 "촬영장에서 방금까지 같이 연기한 사람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고 눈물 흘리는 게 쉽지 않은데 유해진이 주저앉아 저를 돌아보며 우는 장면은 너무 마음이 아파 저도 울고 감독님도 울고 모두가 울었다. 그 신이 너무 좋았다."라며 유해진의 연기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순간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달짝지근해'를 통해 감동뿐 아니라 폭소도 안겼던 김희선-유해진이었다. 특히나 자동차 극장에서의 신은 누구나 박장대소를 할 이야기였다. 김희선은 "지금까지 로맨스 장르를 연기하며 남자가 리드하는 신을 많이 해봤지 제가 적극적으로 과격한 스킨십을 하는 건 안 해봤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걱정도 컸는데 유해진이 너무 웃음을 못 참아서 NG가 많이 났다. 저도 어금니를 깨물고 웃음을 참으며 연기했다. 걱정보다는 잘 나온 거 같아 좋다"라며 관객 못지않게 배우들도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희선은 "예전에 했던 로맨스들은 남녀 둘만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달짝지근해'의 로맨스는 남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생각하고 고려하게 되는 이야기다. 예전 로맨스들이 말랑했다면 이제는 좀 더 애틋하고 가슴 앓이를 한다는 게 달라진 것 같다."라며 20~30대 때 했던 로맨스물과 다른 지점을 짚었다.
그러며 "로코가 젊은 친구들이 주로 하는 장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어른들도 이렇게 설레고 몽글하고 풋풋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로 보여준 것 같다. 특히나 유해진이 연기해 줘서 새로운 분위기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라며 함께 연기한 유해진에게 좋은 로맨스 영화의 공을 돌렸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힌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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