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까지 숭숭…'독한 약' 먹던 암 환자들, 치료법 달라진 배경
암에 대한 전신 약물치료는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 정상 세포도 죽이고 탈모 유발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개발됐고, 일부 약물은 현재까지도 암 환자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충렬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단어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므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도 크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주로 골수나 모발, 장내 상피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한다. 설사·점막염·구역·구토 등의 위장관계 증상, 호중구 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등이 흔한 부작용이다.
◇표적치료제, 정상 세포 건드리지 않으며 암 공격
DNA 구조가 밝혀지고 1980~90년대 이후 분자 공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됐다. 이런 돌연변이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고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된다.
표적치료제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해 암세포에 대한 보다 높은 특이성을 갖는다. 따라서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오충렬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크게 경구 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암종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돌연변이 및 세부 아형에 따라 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제들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면역치료제, 암 막아내는 면역세포 기능 끌어올려
2010년 이후에는 암의 발생·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삼는 이른바 '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됐다. 이러한 약물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고,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암세포에 직접 작용해 독성을 나타내는 기존의 약물과는 다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만큼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보다 더 오래 유지된다. 오 교수는 "그러나 면역기능이 과활성화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전문가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경구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고, 면역치료제를 투약받는 환자도 있으며,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환자도 있다.
예컨대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가운데 EGFR(상피세포 성장 호르몬을 감지하는 수용체) 혹은 ALK(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각각에 해당하는 경구 표적 약물(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을 복용해야 한다. EGFR 및 ALK를 포함해 별다른 표적치료 대상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암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PD-L1' 발현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혹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합해서 투약한다.
오 교수는 "특히 PD-L1 발현도가 50% 이상으로 높은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치료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소세포성폐암의 경우 약물치료가 가능한 표적(KRAS·ROS1·BRAF·MET·RET 등)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전이암 환자를 치료할 때 유전자 돌연변이 분석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같이 고형암의 치료에 있어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가 활발해지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개별화한 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오 교수는 "과거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똑같이 치료했지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암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정밀 의료'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암이 진단됐더라도 개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절망하지 않고 암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해 상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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