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망명 주장 못 믿겠다는 美… "월북 이병 데려올 것"

김태훈 2023. 8. 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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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측 발표 내용이 맞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얘기하는 사람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며 "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거짓말쟁이이고 따라서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 내용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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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평양에서 나오는 건 뭐든 의심해야"
"美 사회에 환멸 느껴서 망명" 北 주장 일축
北이 월북 미군 진술 조작했을 가능성 제기

“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말이다.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가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당국의 자체 조사결과에 대한 반응이다. 북한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새빨간 거짓말을 해왔는지, 그런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커비 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신병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킹 이병은 지난 7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군사분계선(MDL)을 건너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주한미군 병사의 월북은 1982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측 발표 내용이 맞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얘기하는 사람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며 “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며 “우리는 그(킹 이병)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우리는 그의 귀환을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거짓말쟁이이고 따라서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 내용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군소리 말고 킹 이병의 신병을 지금 당장 미국에 넘겨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앞서 북한 당국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킹 이병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통신은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북한)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도 했다.

판문점 남측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 북측 판문각이 시야에 들어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킹 이병이 실제 그와 같은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킹 이병 본인이 형편없는 군인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에 복무하는 도중 음주, 폭행 등 비리를 저질러 구금시설에 2개월가량 수감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이 골치덩어리 병사의 본국 송환을 결정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야 할 킹 이병은 막판에 탑승을 거부하고 갑자기 판문점 JSA 견학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했다. 그리고는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언급한 ‘비인간적인 학대’ ‘인종차별’ ‘불평등한 미국 사회’ 등 표현은 킹 이병의 이력을 감안하면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못된 행동을 저질러 불명예 제대를 당할 처지에 놓인 주제에 마치 흑인 병사라서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식으로 진실을 오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킹 이병 본인이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그렇게 진술하라고 사주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킹 이병의 진술 내용과 상관없이 북한 측이 허구의 소설 같은 얘기를 써 내려간 것인지는 향후 조사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날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여전히 그(킹 이병)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며 “현재로는 많은 정보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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