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마음…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토기’
[앵커]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먼 조상들은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흙으로 빚은 여러 모양의 토기를 무덤에 함께 묻어줬는데요.
죽은 뒤에도 영원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옛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토기 유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김석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옛 가야의 무덤이 모여 있는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
2019년 이곳에서 귀한 유물이 발굴됩니다.
사슴 모양 뿔잔부터, 배, 집, 등잔 모양까지, 흙을 빚어 불에 구운 '토기' 5점이었습니다.
옛 사람들은 왜 이런 것들을 무덤 안에 같이 묻었을까.
무덤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새 모양 토기.
새는 망자를 다음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였습니다.
대부분은 오리 모양이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도 보입니다.
망자의 먼 여행길을 돕는 조력자도 있습니다.
신발 모양부터 말, 배, 수레 등 이동 수단을 형상화한 것들입니다.
[이상미/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 "망자를 위로하고 함께 동행해 줄 수 있는 이런 의미로, 다음 세상에 뭔가 함께할 수 있는 이런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흙으로 만든 인형 '토우'로 장식한 또 다른 형태의 토기.
그 속엔 희노애락이, 죽음을 대하는 옛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많은 토우가 출토된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나온 아주 작은 유물.
얼굴에 천을 덮은 주검 앞에 한 여인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비통에 잠긴 인간 존재.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은 성모 마리아,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피에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상미/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 "신라의 피에타라고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시신 앞에서 이제 울고 있지만, 결국은 이 슬픔을 승화하는 장면으로 표현되면 바로 그게 피에타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신라와 가야 무덤에서 출토된 토기 33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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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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