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미 사법 제도의 인내심 시험한다”
일반인이라면 진즉에 구속됐을 수준이지만
대통령 후보 지위 덕에 모면…판결 영향 주목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자신을 기소한 검사와 재판을 담당한 판사에 대해 “편향됐다” “썩었다” “미쳤다”라는 등 거칠게 비난해왔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일반인이라면 이미 구속됐을 수준이라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사법제도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며칠 전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사건을 담당하는 타냐 처트컨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가 증인 등 사건 관련자들을 겁주는 행위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트럼프의 “선동적 발언”이 불구속 출두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책망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즉시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판사가 경고했다고 밝혀 처트컨 판사에 대한 비난을 촉발했다.
트럼프 측근 마이크 데이비스 변호사는 처트컨 판사의 큼직한 사진과 함께 그가 “트럼프에 반해 선거개입을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판사가 나를 투옥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가 미국의 사법 제도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두 차례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에 대해 “미쳤다”고 했고 선거결과 조작 혐의로 기소한 파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에 대해선 “썩었다”고 비난하고 증인들 이름까지 들먹였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법조계에선 일반인이라면 진즉에 구속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트럼프가 재판을 앞두고 벌인 막무가내 행동들의 대가를 치르게 될까.
30년 법조인 경력을 가진 카렌 애그니필로 변호사는 “트럼프가 판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라면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인 탓에 판사들이 관대하다고 밝혔다.
판사는 “검사 요청 있어야 제재 검토”…벌금만 가능
처트컨 판사가 트럼프의 발언이 불구속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벌금을 매기거나 투옥할 수도 있지만 투옥은 정치적 이유로 또는 트럼프 경호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처트컨 판사는 “트럼프는 다른 미국인들처럼 표현의 자유가 있으나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다”면서 불구속 출두 조건을 지켜야 하며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 공개를 금지한 자신의 명령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때도 자신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과 로드 로젠스타인 특검보가 철창에 갇힌 사진을 트윗하기도 했다. 당시는 면책특권을 누리는 현직 대통령이어서 그로 인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건을 관장하는 4명의 판사 가운데 자신이 대통령 재임시 직접 임명한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 캐넌 판사만 비난하지 않았다. 캐넌 판사는 트럼프의 비밀 유출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와 측근들은 대통령 출마 후보로서 그의 발언이 제약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던 타이 콥 변호사는 트럼프가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는 규범을 완전히 무시했다면서 “24시간 전투 모드였다”고 전했다.
당시 법무장관이던 윌리엄 바도 “대통령임에도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줄 모른다”면서 도무지 일을 할 수 없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변호인 “정치적 이유로, 성격 때문에 그만두지 않을 것”
그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트럼프는 출마했기 때문에, 그리고 성격 때문에 공개 발언을 멈추지 못한다. 그만의 독특한 상황”이라면서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기소가 정치적 처벌이라고 믿기에 공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자신이 발언해야 공정한 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조적 사례로 암호화폐 대기업 창업자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의 경우 판사가 증인과 접촉한 것을 보석 조건을 위반한 협박 행위로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했다.
보석 상태의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뱅크먼-프리드처럼 증인을 위협한 행위로 수감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다만 판사나 검사에 대한 선동적 발언이 사전 경고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감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트럼프는 경쟁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 의해 기소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에서 예외적인 경우다.
트럼프는 조지아주에서 기소되기 직전인 지난 14일 트루스 소셜 미디어에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지사가 증인으로 소환되더라도 증언하면 “안 된다”고 썼다.
콥 변호사는 “소환된 증인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처트컨 판사는 자신이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스미스 특검의 요청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들은 이미 트럼프의 공개 발언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결에 영향 미칠 일 피하면서 한계 넘나드는 줄타기”
처트컨 판사의 발언을 리트윗한 트럼프의 행위는 법적으로 아직 선을 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행위는 판사에 대한 적대감을 자극하는 행위가 분명하다.
새뮤얼 뷰얼 듀크대 법학교수는 트럼프가 “매번 한계를 넘으면서도 판결에 영향을 미칠 분명한 일은 피하는 등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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