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피칭이요? 요즘 우리팀에선 ‘퀵후크’죠” KT 에이스의 유쾌한 농담
여름 한복판의 늦은 오후, 태양을 마주보는 잠실야구장 3루 더그아웃은 더더욱 뜨겁다. 그러나 KT 에이스 고영표를 바라보는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는 구김이 없다.
두산전을 앞둔 지난 16일이었다. 이 감독은 고영표의 인사에 농담을 살짝 곁들인 칭찬으로 받는다. “영표가 우리팀 투수들에게는 좋은 것 ‘전염’시켰다”며 만면에 미소를 띤다. 옆의 관계자가 곧바로 “그렇죠. 요즘 KT 선발들은, 6회만 던지면 ‘조기강판’과 다름없죠”라며 추임새를 넣자 고영표는 한바탕 웃더니 “네, 6회면 ‘퀵후크’라고 보면 됩니다”라며 유쾌한 농담으로 받아친다.
요즘 KT 분위기를 대변하는 더그아웃 대화 한 토막. 실제 KT 선발진의 최근 행보는 누가 나서 자랑을 해도 전혀 넘쳐 보일 게 없는 수준이다. KT는 지난 16일 현재 후반기 22경기에서 18승4패(0.818)를 기록한 가운데 15승을 선발승으로 채웠다.
후반기 22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139이닝을 책임지며 평균 6이닝을 넘겨 던지면서 17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에 10차례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선발진 평균자책 2.53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2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관련 지표들에서 우뚝 솟아 있다.
외인 대체 카드로 유턴한 쿠에바스와 또 다른 외국인투수 벤자민, 엄상백, 배제성 등이 모두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영표가 KT 선발진의 방향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놀랄 만한 팀 선발 지표가 나오는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지난 6월 이후 11차례 선발 등판하는 동안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이 가운데 한 차례 6이닝, 또 한 차례 6.2이닝을 던졌을뿐 다른 9경기에서는 모두 7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 12일 수원 NC전에서는 데뷔 후 가장 많은 13안타를 맞고 볼넷과 사구를 1개씩 내주며 평소보다 부진했지만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7이닝을 버티며 3실점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장난스런 표정으로 슬쩍 던진 ‘6이닝 퀵후크(빠른 선발투수 교체) 농담’이 실체 없는 순도 100%의 농담만은 아닌 셈이다.
일주일에 6일을 함께 다니며 경기하는 프로야구는 선수들에게는 일상이고 생활이다. 좋은 선배 또는 좋은 동료가 많을수록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게 많아진다. 보통 팀의 문화라는 것도 뛰어난 선수 몇몇의 움직임이 팀에 녹아들며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영표의 역할 또한 그저 눈에 보이는 기록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고영표가 경기를 준비하는 법, 위기를 넘어가는 법, 투구수를 조절하는 법 등은 이제는 그의 것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교본으로 다른 투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며 결과로도 나타나는 시간으로도 보인다.
KT의 여름 이후 대반등도 사실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마무리 김재윤, 셋업맨 박영현 등 불펜 승리조가 있지만, 불펜의 수적 싸움으로는 약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력한 ‘선발야구’로 극복하는 길을 만들었다. KT는 선발 이닝수가 가장 많은 만큼 불펜 이닝수는 가장 적은 팀이 돼있다.
KT는 특히나 체력이 전력의 절반 이상인 여름 시즌 이후 마라토너 같은 스태미너를 보이고 있다. 밸런스 좋은 선발진이 튼튼한 두 다리가 돼 팀 전체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덕분이기도 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문] 김준수 측 2차 입장문 “김준수 명백한 피해자, 어떠한 잘못도 없어”
- 쯔양 “있는 대로 다 말할 것”···‘구제역 공갈 혐의’ 재판 출석
- ‘세계는 지금’ 美 트럼프 2기는 ‘공화 천국’?···차기 내각의 구성원 조명
- [종합]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에이핑크 윤보미, ‘나솔사계’ MC 신고식 완료! “빠짐없이 다 안다”
- 세이마이네임 키운 김재중의 성공···프랑스 공영방송채널 다큐서 조명
- 가수 태양, 비스테이지로 공식 팬 커뮤니티 오픈
- TWS(투어스), 신보 콘셉트 필름 추가 공개! 겨울 감성 가득 ‘첫사랑 소년美’
- 뉴진스 민지·하니, 日 매거진 ‘SPUR’ 2025년 1월호 표지 장식
- [종합] 김재중, 부모님 금술까지 챙긴다고? “내 카드 많이 쓰셨으면” (편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