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국대 그리드 "OCG도 서든데스로 바꿔볼 필요 있다"

최은상 기자 2023. 8.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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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G 국대 '그리드' 서정현 선수가 본 '월드 챔피언십 2023' 메타와 환경

"세계대회 룰로 지정된 이상 OCG 지역도 바꿔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23' 오피셜 카드게임 종목 한국 대표로 출전한 '그리드' 서정현 선수가 OCG 지역 대회에 서든데스 룰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메타와 메타가 격돌한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23은 OCG 지역의 완패로 끝이 났다. 2015년부터 이어진 OCG 왕조가 무너졌다. 듀얼 링크스를 제외한 모든 OCG 선수가 데이2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 챔피언십 메타 해석이 실패한 탓도 있지만, 많은 선수 및 관계자가 OCG 지역의 패배 요인으로 WCS 2023부터 적용된 서든데스 룰과 그에 대한 시간관리 능력을 꼽았다.

2024년 OCG 지역의 명예 회복을 위해 서든데스 룰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 선수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어느 쪽이던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세계대회 룰로 지정된 이상 OCG 지역도 바꿔볼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서든데스가 좋은 룰도 아니고, 보완할 점도 많지만, 도입하고 직접 경험해봐야 OCG 지역의 선수도 서든데스 환경에 익숙해지고,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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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23'에 오피셜 카드게임 종목 한국 대표로 출전한 '그리드' 서정현입니다.

 

Q.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은 '티아라멘츠'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월드 챔피언십 통합 금제가 티아라멘츠에 끼친 영향이 크긴 하지만, 다른 덱에 비해 크진 않다고 봤어요. '증식의 G'가 없는 환경이다 보니 분명 활약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OCG 환경에서는 티아라멘츠에 대한 연속적인 제재로 인해 G에 대한 착지점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는 G가 없다 보니 티아라멘츠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사라진 셈이죠. 기본적으로 전열, 후열 모두 강하게 가져갈 수 있는 티아라멘츠는 돌파 카드가 다수 채용되는 대회 환경에서 분명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Q. 티아라멘츠를 사용하기 전에는 '섀도르' 등을 선택했는데, 융합 테마를 가장 좋아하나요?

융합을 좋아하기보다는 정확히는 '덱갈이'를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인페르노이드'를 좋아했어요. 덱갈이에서 나오는 랜덤성, 그리고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재밌어서 선호합니다. 또한, 덱갈이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한 방이 있기도 해서 좋아합니다.  

 

Q. 통합 금제 적용 이후 어떤 식으로 덱을 조정했나요? 

증식의 G가 없고 돌파 카드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덱을 조정했습니다. 2018년부터 G가 없었던 TCG권 유저들의 덱 레시피를 많이 찾아봤어요. 패트랩을 많이 넣기 보다는 돌파 카드를 다수 채용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카운터치기 위해 메인 덱에 '티아라멘츠 크라임'을 넣었습니다. '티아라멘츠 스크림'이 묘지로 보내지면 서치하기도 쉽죠.

'티아라멘츠 그리프'를 넣기도 했습니다. 티아라멘츠 하급 몬스터가 제재로 모두 제한이라 첫 패에 잡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프 같은 특수소환 카드를 통해 한 장 이상은 반드시 가져와 움직임의 가짓수를 늘리고자 했습니다. OCG 환경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G가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채용했습니다.

Q. 4라운드 당시 선공에 '무대회전'으로 상대 필드에 카드를 넘기고, '가디언 키메라'를 소환해서 파괴 후 전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대회전의 채용 이유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것처럼 티아라멘츠 하급을 한 장 이상은 무조건 패로 가져오기 위함입니다. 티아라멘츠가 사용하는 필드마법의 밸류가 매우 높기도 합니다. 무대회전 자체가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강한 카드이기도 하고요. 더욱이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메인 덱에 '길항승부' 등이 종종 보이기도 했는데, 무대회전 한 장으로 간단하게 봉쇄할 수 있습니다.

 

Q. '증식의 G가 없는 환경=전개덱 강세'라는 인식이 있는데,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운영덱이 더 선호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운영덱이 많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토너먼트에서는 전개덱이 더 많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운영덱이 많았던 이유는 증식의 G는 없지만, 통합 금제로 전개 파츠, 결과물 파츠 모두 치명타를 받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운영덱으로 눈을 돌렸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무사'도 OCG에서는 '초중무사소울 석궁'이 제한이라 파워가 떨어지긴 했어도 그냥저냥 쓸 수 있었는데, TCG에서는 '초중무사 카카-C'가 금지입니다. 둘이 합쳐지면서 초중무사는 아예 못쓸 덱이 돼버렸죠.

'아다마시아'는 '블록드래곤'이 금지고, 60덱은 '이웃집 잔디깎기'가 금지입니다. 그렇다 보니 막상 쓸만한 전개덱이 많이 없었어요. 드래곤링크는 카드풀이 정말 넓다 보니 그 안에서도 쓸만한 카드가 많이 생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육화'를 가장 경계했습니다. 영국의 제시카 로빈슨 선수가 유럽 선발전 당시 사용했었는데, '생아발론'을 쓰는 OCG권과 완전히 다른 전개식 육화였습니다. 인상 깊게 봐서 분석을 꽤 했고 굉장히 강한 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TOP8에 육화가 두 명이나 올라갔죠. G에 대한 착지점이 불안해 보이긴 하는데, OCG에서도 연구해 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 영국의 제시카 로빈슨 선수가 사용한 '생아발론 육화' 

Q.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라뷰린스가 굉장히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쉐어도 적고, 성적도 그저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아하기는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증식의 G 부재입니다. 1장으로 상대 전개를 틀어막을 수 있는 카드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후공이 불안합니다. 물론 라뷰린스가 약한 덱은 아니지만, 이런 환경에서 굳이 선택할 이점이 없는 거죠. 더 좋은 덱이 많았달까요. 고점을 생각하고 파워로 밀어붙일 수 있는 덱이 더 선호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서든데스 룰입니다. 최다 쉐어였던 '드래곤 링크'나 준우승 덱인 '상검' 등등 메인 기믹 내 상대에게 번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라뷰린스는 없죠. 경기를 많이 치르다보면 시간관리를 잘해도 한두 판은 서든데스에 돌입하게 되는데, 라뷰린스는 너무 불리합니다. 다른 덱에 비해 LP에 대미지를 주기까지 걸리는 예열 시간이 긴 편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스위스 라운드에서 라뷰린스를 서든데스에서 이겼습니다. 라뷰린스가 육각형 덱이지만, 크기가 작은 육각형이었던거죠.

 

Q. 돌파카드가 많이 보인 환경인 만큼 플레이 방법도 기존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OCG에서는 메인전에서 특정 분기를 제외하면 '명왕결계파', 길항승부, '라이트닝스톰' 등을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죠.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메인전에서도 이를 맞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동안 증식의 G를 맞았을 때를 생각하고 움직인 것처럼 말이죠.

결승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파울리 에론슨 선수는 드래곤링크로 풀전개를 하는 것보다 후열카드인 '낙인의 야수'를 '복낙인'보다 우선적으로 가져오고, 패를 최대한 남기는 방식으로 운영했죠. 실제로 메인전에서 길항승부를 맞았음에도 유연한 대처를 보여줬습니다.  

- 전열과 후열의 밸런스 유지가 중요했던 월드 챔피언십 환경

Q. 드래곤링크가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드래곤링크가 원핸드로 움직이는 덱은 아니지만, 투핸드로 조합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습니다. 덕분에 패트랩 관통력도 높죠. 제재를 많이 받았어도 남은 카드풀로 꾸역꾸역 전개할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고점을 노리고 풀전개를 하는 방식 외에도 운영덱처럼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정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죠. 

 

Q. 월드 챔피언십에서 예상하지 못한 덱이 있었나요?

'퓨어리'입니다. 아예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예 대비도 안 했어요. 공교롭게도 OCG에서는 '퓨어리 슬리피메모리'가 제한, TCG에서는 '퓨어리 딜리셔스메모리'가 제한이 되면서 통합 금제가 적용된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정말 안 좋은 덱이 됐습니다.

'퓨어리 마이프렌드'로 확정적으로 가져올 수 없게 됐고, 퓨어리의 소환 유발 효과로 넘길 수 있는 확률도 크게 줄었죠.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최종병기인 '엑스퓨어리 누아르'가 나오는 빈도도 크게 줄었어요. 그럼에도 꽤 많은 선수가 선택했더라고요. 의외였습니다.

 

Q.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나요?

상검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페루의 주앙 마테오 선수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덱픽으로 결승까지 간 것부터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덱 구축도 신선했습니다. '왕국의 포고령', '마법봉인의 방향제'를 3장씩 넣은 독특한 사이드덱부터 길항승부, '라이트닝스톰'을 과감하게 채용한 메인 덱까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형태였습니다.

OCG 상검과는 다르게 '천위룡-슈타나'까지 넣었더라고요. 자기 철학이 확고했고, 증명했다는 것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분명 서든데스에서 '상검대사-용연'으로 자연스럽게 번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것도 고려된 픽이 아닐까 싶습니다. 

- 페루 대표 주앙 마테오 선수의 메인덱 레시피 

Q.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어떤 점을 배우셨나요?

TCG 선수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무래도 시간관리 마인드죠. 서든데스에서 승점을 잃으면서 "시간관리도 실력이다"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토너먼트에 올라간 톱 플레이어를 보고 있으면 고민을 불필요하게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빠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하기도 합니다. 상대가 시간을 끄는 플레이에 불평을 하기 보단 "내가 더 빨리했으면 됐다"라는 마인드였습니다. 

 

Q. 서든데스가 실제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쳤나요?

시간 압박이 꽤 심합니다. OCG에서는 엑스트라 턴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과시간 이후에도 적어도 두 턴은 주어지니까 나름의 계획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서든데스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시간 내에 끝내는 게 매우 중요했어요. 게임하면서 시계를 잘 안보는 편인데,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매 턴마다 보게 되더라고요.

 

Q. OCG 지역도 엑스트라 턴에서 서든데스로 변경하자는 의견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든데스가 좋은 룰도 아니고, 보완할 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든데스로 대회 룰을 바꾸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초과시간에 대한 룰은 각각 장단점이 분명해도 세계대회 룰로 지정된 이상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OCG 선수도 서든데스 환경에 익숙해지고,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테니까요. 

- 고의로 시간을 끌며 경고 누적으로 실격 처리된 태국의 사타난타나 룽노파쿤시 선수

Q. 서든데스 룰의 뭐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나요?

아무래도 서든데스가 돌입되는 시점에서 2세트를 진 선수에게 선후공 결정권이 있다는 점이죠. 1세트 승리 후, 2세트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시간을 끌다가 3세트 서든데스 돌입하여 번 대미지를 주고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스터듀얼이나 듀얼 링크스처럼 '한 턴'에 주어진 제한시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체 시간뿐만 아니라 한 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제한도 서든데스 룰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오는 9월 국내 최대 비공인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2022 그랜드를 우승하면서 부담감은 별로 없는 편이에요. 항상 하던대로 즐기려고 합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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