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히 줄 때 떠나자”…은행권, 하반기에도 희망퇴직 ‘러시’

사상 최대 이익에 자발적 조기퇴직자 늘어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사는 최근 희망퇴직 조건에 합의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영업일 기준)부터 다음주 초까지 3~4일 가량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 이어 하반기에도 만 39세까지 희망퇴직 대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금리 인상기에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는 은행이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내놓으면서 퇴직 시기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려는 직원 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사는 최근 희망퇴직 조건에 합의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영업일 기준)부터 내주 초까지 3~4일가량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이 연초 희망퇴직과 별개로 하반기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상반기 224명·하반기 133명) 이후 2년 만이다.

신청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이다. 올해 생일이 지났다면 만 40세, 지나지 않았다면 만 39세 직원까지 희망퇴직이 가능하다. 만 39세는 신한은행 역대 희망퇴직 대상 연령 중 가장 낮은 나이다. 앞서 지난 1월 희망퇴직에선 1978년생 이전 출생 직원부터 신청이 가능했다. 7개월여 만에 대상 나이가 5년 내려갔다. 

연령이 높은 '지점장' 직급은 이번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점장 직급까지 포함시켜 일년 새 두 차례 희망퇴직이 이뤄지면, 대규모 연쇄 인사이동과 그로 인한 고객 응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점장 제외 희망퇴직' 역시 신한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다. 최종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 분의 월평균 급여를 특별 퇴직금으로 받고 오는 31일 은행을 퇴사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이보다 이른 지난달 말 이미 하반기 희망퇴직을 완료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6월16일부터 20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총 60명이 7월31일 자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갔다. 1968∼1971년생은 28개월 치, 1972년생 이후 출생자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 퇴직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1968∼1971년생 퇴직자에게는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이 추가 지급됐다.

이같은 은행권의 희망퇴직 행렬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오프라인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고 있고 정기적인 신입사원 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한 해 두 차례의 희망퇴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여기에 은행들의 실적 호황으로 희망퇴직금을 비롯한 각종 지급 요건이 좋아지면서 기회를 활용해 회사를 떠나 노후 준비 등을 하려는 30대를 포함한 직원들 수가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022년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정 평균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 3억6000만원을 더한 액수다. 총 퇴직금은 2021년(5억1000만원)보다 3000만원 늘었다.

만약 고등학교 졸업 직후 입사해 근속 연수가 길고 이에 직급도 높은 직원은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퇴직 시점에 10억원 안팎의 거액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하나은행이 최근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A씨는 상반기에 총 퇴직금(기본퇴직금+특별퇴직금)으로 11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 절차를 밟은 직원 수는 모두 2222명(KB국민 713명·신한 388명·하나 279명·우리 349명·NH농협 493명)을 기록했다. 은행권에선 올해 하반기에도 신한·하나은행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그 수가 내년 초까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